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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에버랜드 CB ’ 항소심 유죄…경영권 편법승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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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에버랜드 CB ’ 항소심 유죄…경영권 편법승계 인정

입력 2007-05-30 03:02수정 2009-09-27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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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의 前現사장 29일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앞쪽)과 박노빈 현 사장(왼쪽 뒤)이 선고공판을 마치고 무거운 표정으로 서울고법을 나서고 있다. 홍진환 기자

29일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성격을 삼성 이건희 회장이 장남 이재용(삼성전자 전무) 씨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그룹 차원의 공모 여부에 대해선 1심과 달리 아예 판단을 하지 않아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일단 검찰은 공모 여부를 가리기 위한 추가 수사와 이 회장 소환 조사 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CB 저가 발행은 경영권 넘긴 것”=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에버랜드 이사회가 1996년 10월 CB 발행을 의결할 당시 재적 이사 과반수가 출석하지 않아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CB 발행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변호인 측은 “당시 외국 출장 중이던 조모 이사가 CB 발행에 찬성했고 이를 서면으로 결의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재판부는 에버랜드가 결정한 CB의 주당 발행가 7700원은 현저하게 낮은 가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렇게 낮은 가격에 CB를 발행했어야만 했던 특별한 사정도 없어 보인다”며 “CB를 현저히 낮은 가격에 제3자에게 몰아준 것은 배임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조달 목적으로 CB를 발행했고 CB 발행가격이 주식의 실제 가치를 그대로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어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변동 없을 듯=재판부는 에버랜드가 자금 조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재용 씨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CB를 발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에버랜드는 부도 위험이나 신기술 도입과 같은 긴급한 경영 상황에 처해 있지 않았다”며 “CB를 제3자에게 배정하면 지배권이 변동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이사들이 이재용 씨 등에게 CB를 몰아준 것은 배임”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서 있다. 그 때문에 에버랜드 경영권이 바뀌면 삼성그룹 지배구조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CB 발행이 취소되거나 에버랜드 경영권에 변동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효인 결의에 의한 신주 발행에 대해서는 상법 429조에 따라 주주나 이사 감사 등이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낼 수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신주 발행 후 6개월 안에 소송을 내도록 돼 있어 이번 사건은 해당되지 않는다.

또 주주들이 이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안에 청구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추가 수사는 어떻게?=1심 재판부는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는 정황을 판결문에 명시했고, 검찰은 1심 선고 이후 공모 부분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공모 부분이 검찰의 공소장에 들어있지 않은 만큼 굳이 판단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아예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심 선고 직후 “판결문을 분석한 뒤 신중히 처리하겠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미 검찰은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 주요 피고발인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이 회장 소환 조사 문제만 항소심 선고 뒤에 검토하기로 하고 미뤄 놓았다.

검찰 내에서는 이 회장이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펴고 있는 만큼 소환 문제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항소심 재판부가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 허태학, 박노빈 씨에게 공소시효가 10년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적용한 것도 변수다. 1심 법원이 적용한 업무상 배임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지만, 항소심 판결로 사실상 공소시효가 늘어난 셈이어서 검찰로서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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