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은 지금 ‘금배지 사수’ 논쟁중?

  • 입력 2007년 5월 3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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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추진특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전날 예방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통합 협상이 잘되더라도 거기에 머물지 말고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중도개혁통합신당을 격려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추진특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전날 예방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통합 협상이 잘되더라도 거기에 머물지 말고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중도개혁통합신당을 격려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통합 노선투쟁 이면엔 내년 총선 생존문제 걸려

의원들 계산 한창… “대선 지면 총선 참패” 주장도

범여권 진영의 난마처럼 얽힌 통합 논의를 관통하는 숨은 키워드는 내년 총선이다.

비(非)한나라당 세력을 다 아우르자는 ‘대통합론’이건, ‘좌편향 진보 인사’와 ‘국정 실패 책임자’ 등 특정 그룹을 배제하는 ‘소통합론’이건 노선 투쟁의 이면에는 총선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것이냐의 문제가 걸려 있다.

열린우리당의 상당수 의원은 일단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쪽이다. 이들은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특정 인사를 배제하겠다는 전제조건을 거둬들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박 대표는 대선 승리보다는 총선 지분에 관심이 더 많다. ‘호남 중심당’을 만들자는 것이냐”며 노골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대통합을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내년 총선을 노린 속셈”이라고 반박한다. 열린우리당의 현역 의원들이 비한나라당 진영을 한데 묶는 ‘대통합’을 주장하는 이면에는 설혹 대선에서 지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최대한 이용해 ‘제1야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도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대통합은 대선과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합집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 같은 원칙 없는 대통합으로 급조된 정당은 대선에서 지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반면 대통합론이 내년 총선을 노린 속셈이라는 박 대표의 주장에 대해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대선에서 지면 총선도 없다”고 반박했다.

열린우리당 재선 그룹이나 최근 2차 집단 탈당을 시사하고 있는 정대철 상임고문 그룹이 민주당의 통합론자인 김효석 이낙연 의원을 향해 ‘제3지대’로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두 의원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에는 내년 총선을 고려할 때 섣불리 당적을 옮길 수 없다는 점도 있다.

호남의 일부 의원이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의 ‘소통합’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나, 수도권과 충청 출신 의원들이 민주당이 중심이 된 ‘소통합’보다는 ‘대통합’을 원하는 것도 각자의 총선 문제와 연결돼 있다.

친노(親盧) 진영도 나름대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대통합에 찬성하지만 대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에는 ‘열린우리당 리모델링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야만 내년 총선 이후까지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은 차기 대통령 취임 후 이른바 ‘허니문’ 기간에 치러지기 때문에 연말 대선에서 승리하는 쪽이 결정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 상임고문은 “범여권이 연말 대선에서 패배하면 내년 총선에서도 270 대 30으로 참패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대선 승리가 총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지만 어떤 야당 후보로 출마하느냐도 총선에서는 중요하다”며 “의원들의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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