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김태촌·조양은 40년 흥망사

  • 입력 2007년 5월 29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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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은 씨(왼쪽), 김태촌 씨. 동아일보 자료사진
조양은 씨(왼쪽), 김태촌 씨. 동아일보 자료사진
“변화해서 나가겠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더 이상 살지 않겠다. 떠나겠다. 징역을 너무 오래 살다보니 고통스럽다. 보스고 건달이고 다 지겹다. 솔직히 조양은이나 나나 무슨 두목이냐. 우리는 평생 교도소나 다니는 실패한 인생이다. 진짜 두목들은 뒤에 있다.”

조양은(57)씨와 더불어 한때 국내 조직폭력계를 양분했던 김태촌(58)씨가 ‘신동아’ 6월호 인터뷰에서 밝힌 회한이다. 김씨는 자신이 인정하는 보스로 정종O, 신상O, 조일O, 정학O, 이승O, 박종O, 이강O씨 등 원로 전국구 주먹들을 꼽았다.

조양은, 김태촌 두 사람의 라이벌 의식은 정치권의 김영삼-김대중씨 관계에 비견된다. 오랜 수감생활을 통해 조직폭력계의 전설로 자리잡은 두 사람은 출소 후 약속이라도 한 듯 기독교 신앙을 내세우다 재구속의 덫에 걸려들었다. 인간의 속성인 폭력을 극대화한 두 사람의 삶을 조명하는 것은 우리 사회 이면사를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하다.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으로 새삼 세인의 입에 오르내린 두 사람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신동아’ 인터뷰에 응한 두 조직의 전(前)간부들과 지인, 가족, ‘현역 주먹’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주먹계에 따르면 수사기관과 언론의 시각과는 달리 두 사람의 조직은 오래 전에 와해됐다. 그들에 따르면 뿔뿔이 흩어진 조직원들은 대부분 사업가로 탈바꿈했는데 일부는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다. 두 사람의 옛 동생들은 두 조직 간에 벌어진 오랜 전쟁의 실상을 밝히면서 당시 두 조직의 세력관계, 주먹계 판도, 주요 사건들의 진상을 털어놓았다.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 찍혀 15년간 방황했다는 조양은씨의 옛 동생 박모씨는 “그는 보스가 돼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고 울분을 터트리며 출소 후 조씨의 행적을 비난했다. 반면 핵심 간부이던 또 다른 동생 두 명은 지난 4월 조씨가 구속된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조씨와 “인생철학이 달라” 만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매일같이 서울구치소로 면회를 다니는 조씨의 부인 김모씨는 조씨가 도박에 빠졌던 이유에 대해 “사람들을 잘 안 만나다보니 외로워진 것 같다. 도피처로 도박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과거 서방파 핵심 간부로 지금은 김태촌씨의 신앙적 동지인 문모씨는 “성경을 수천 절 암송하고 있다”는 말로 김씨의 신앙생활이 위장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씨의 일본 방문길에 수행비서 노릇을 했던 석사 출신의 ‘엘리트 주먹’ 최모씨는 “김 회장님은 예수”라며 김씨의 최근 행적을 전했다.

두 사람의 흥망사를 통해 조직폭력세계의 허망함을 조명한 ‘신동아’ 기사에는 그밖에 전국구 주먹 이모씨가 두 사람을 화해시킨다고 마련한 자리에서 서로 품고 있던 칼끼리 부딪쳤던 일화, 양은이파 2인자 자리를 놓고 벌어진 내분, 김태촌씨가 주먹계 거봉 조일O씨에게 도전했던 사건, 두 사람의 ‘황제 수감생활’ 등 갖가지 비화가 당사자 및 관련자들의 확인을 거쳐 소개돼 있다. <신동아 2007년 6월호>

조성식 신동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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