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은(57)씨와 더불어 한때 국내 조직폭력계를 양분했던 김태촌(58)씨가 ‘신동아’ 6월호 인터뷰에서 밝힌 회한이다. 김씨는 자신이 인정하는 보스로 정종O, 신상O, 조일O, 정학O, 이승O, 박종O, 이강O씨 등 원로 전국구 주먹들을 꼽았다.
조양은, 김태촌 두 사람의 라이벌 의식은 정치권의 김영삼-김대중씨 관계에 비견된다. 오랜 수감생활을 통해 조직폭력계의 전설로 자리잡은 두 사람은 출소 후 약속이라도 한 듯 기독교 신앙을 내세우다 재구속의 덫에 걸려들었다. 인간의 속성인 폭력을 극대화한 두 사람의 삶을 조명하는 것은 우리 사회 이면사를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하다.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으로 새삼 세인의 입에 오르내린 두 사람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신동아’ 인터뷰에 응한 두 조직의 전(前)간부들과 지인, 가족, ‘현역 주먹’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주먹계에 따르면 수사기관과 언론의 시각과는 달리 두 사람의 조직은 오래 전에 와해됐다. 그들에 따르면 뿔뿔이 흩어진 조직원들은 대부분 사업가로 탈바꿈했는데 일부는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다. 두 사람의 옛 동생들은 두 조직 간에 벌어진 오랜 전쟁의 실상을 밝히면서 당시 두 조직의 세력관계, 주먹계 판도, 주요 사건들의 진상을 털어놓았다.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 찍혀 15년간 방황했다는 조양은씨의 옛 동생 박모씨는 “그는 보스가 돼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고 울분을 터트리며 출소 후 조씨의 행적을 비난했다. 반면 핵심 간부이던 또 다른 동생 두 명은 지난 4월 조씨가 구속된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조씨와 “인생철학이 달라” 만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매일같이 서울구치소로 면회를 다니는 조씨의 부인 김모씨는 조씨가 도박에 빠졌던 이유에 대해 “사람들을 잘 안 만나다보니 외로워진 것 같다. 도피처로 도박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과거 서방파 핵심 간부로 지금은 김태촌씨의 신앙적 동지인 문모씨는 “성경을 수천 절 암송하고 있다”는 말로 김씨의 신앙생활이 위장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씨의 일본 방문길에 수행비서 노릇을 했던 석사 출신의 ‘엘리트 주먹’ 최모씨는 “김 회장님은 예수”라며 김씨의 최근 행적을 전했다.
두 사람의 흥망사를 통해 조직폭력세계의 허망함을 조명한 ‘신동아’ 기사에는 그밖에 전국구 주먹 이모씨가 두 사람을 화해시킨다고 마련한 자리에서 서로 품고 있던 칼끼리 부딪쳤던 일화, 양은이파 2인자 자리를 놓고 벌어진 내분, 김태촌씨가 주먹계 거봉 조일O씨에게 도전했던 사건, 두 사람의 ‘황제 수감생활’ 등 갖가지 비화가 당사자 및 관련자들의 확인을 거쳐 소개돼 있다. <신동아 2007년 6월호>
조성식 신동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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