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통폐합, 국민 지지여부는 고려 안해”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코멘트
“악수는 무슨…”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28일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오른쪽)을 출석시켜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추진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회의에 앞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왼쪽)이 김 처장의 악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악수는 무슨…”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28일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오른쪽)을 출석시켜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추진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회의에 앞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왼쪽)이 김 처장의 악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김창호 홍보처장 문광위 답변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28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기자실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마련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외국의 실태를 조사하라고 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이날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올해 1월 노 대통령의 ‘기자 담합’ 발언과 해외사례 조사 요청이 계기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실무적으로 그때그때 협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보처 내부에서 작년에 (기자실) 문제 제기가 있어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또 의원들이 사전 의견수렴 부실을 질책하자 “(구체적 안을 놓고 의견을 들었다면 반대가 심해) 정상적 발표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날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 및 중도개혁통합신당,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정부의 이번 방안을 집중 성토했다.

▽한나라당, “취재 지원이 아닌 취재 억압”=장윤석 의원은 “기관별로 분산된 브리핑룸을 ‘원스톱’으로 통합해 효율화한다고 했지만 이는 취재원에게 접근하는 다양한 통로를 억압하는 ‘올스톱’”이라고 꼬집었다.

심재철 의원은 “취재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라는 언론자유의 기본정신을 직접 위협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질타했고 박찬숙 의원은 “취재 공간을 없애고 공무원의 접촉을 금지한다는 면에서 1980년 언론기본법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정병국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적대적·분열적 언론관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고 정종복 의원은 “홍보처를 폐지하면 257억 원 정도 절약 되는 걸로 추산된다”고 경고했다.

▽범여권, “대선 앞두고 웬 폭탄선언”=열린우리당 윤원호 의원은 “대선이 있어 얼마나 중요한 해인데 (이번 방안이) 폭탄선언과 같아서 열린우리당도 당황하고 있다”며 “이대로 진행하면 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은 “기자를 회피하거나 불리한 점은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공직자의 속성을 바꾸지도 않고 이번 제도를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일부 위헌 결정을 받은 신문법 제정을 적극 주도한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마저 “취재를 위해 각 부처 공보팀장의 사전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과도하다”며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소속 유선호 의원은 “언론의 취재 자유권은 민주주의 본질과 핵심에 닿아 있다. 공직자 공무수행에 지장을 준다는 부수적인 문제와 감히 비교할 수 없다”고 했고 무소속 전병헌 의원도 “고장 난 신호등을 켜놓고 자동차에게 주행할 권리를 주었다고 주장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 처장의 궤변=이날 궁지에 몰린 김 처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하기도 했다. 장윤석 의원이 ‘국민이 지지할 것으로 기대했느냐’고 묻자 “(국민의) 지지 여부는 고려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처장 말씀이 참으로 오만하다”고 꼬집었다.

김 처장은 “(정책) 발표 전에 의견수렴을 하느냐, 발표 후에 하느냐는 절차상 문제로서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사전에 여론을 조사하거나 정치적 고려를 하면 논의가 왜곡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원호 의원은 “너무 무모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처장은 한술 더 떠 “향후 언론인에게 많은 도움과 기회를 주며 언론자유를 더욱 더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