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한일]‘희망 한국’ 찾아 바다로 나아가자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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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은 바다의 날이다. 바다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날이다. 세계 역사를 되돌아보면 바다는 국가나 민족의 흥망과 성쇠를 갈라놓은 영욕의 현장이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했다. 해양력이 바로 국력이었다.

우리도 통일신라시대와 같이 해양사상이 충만했을 때는 장보고가 등장해 동북아의 해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해금(海禁)정책이나 공도(空島)정책을 폈던 조선시대에는 해양력 약화를 초래하면서 일본의 침략을 막지 못해 식민지라는 치욕의 역사를 맞았다.

근대 이후에는 바다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돼 조선산업, 해운업, 수산업이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의 조선산업은 세계 1위로 순수 외화가득률도 국내 산업 가운데 1위다. 대표 항만인 부산항의 경쟁력은 세계 5위이며 해운산업은 세계 8위로 성장했다.

21세기를 신해양시대라고도 한다. 세계 각국은 바다를 놓고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해양강국인 미국은 새로운 버전의 미래해양 전략을 끊임없이 수립해 실천하고 있다. 영국은 ‘해양기본법(Marine Bill)’의 법제화와 관련 조직의 정비를 시도하고 있다.

인접국인 일본과 중국은 해양력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은 장관급의 해양담당상을 두면서 해양 관련 정책을 통합 조정할 기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중국도 대륙 중심적 사고에서 해양 중심적 사고로 전환해 해양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우리의 이어도 과학기지를 항공기로 정찰하는가 하면 동중국해 해저유전 개발을 위해 일본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동북아 바다는 국가경쟁력 제고는 물론 생존 전략을 위한 전장(戰場)으로 변했다.

각국이 해양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 예가 자원 확보다.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따르면 세계 해양의 생물자원은 연간 22조 달러에 이르는 가치를 지닌다. 태평양 해저에는 해마다 300만 t을 채광해 1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망간단괴가 부존돼 있다. 동해 해저에는 미래의 에너지 자원인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엄청나게 매장돼 있다.

해양을 통해 국가의 부를 창출하기 위해선 조선, 해운, 항만산업 등 기존 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신해양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중점 기술로 지정한 해양과학기술(MT)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깨끗한 해양환경 조성 및 생태계에 기반을 둔 수산자원 회복도 중요하다.

또 해군력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대양해군으로 가는 실천적인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최근 첫 국산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건조해 진수시킨 것은 의미 있는 출발이다. 전남 여수시의 세계박람회 유치는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디딤돌이므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바다를 통해 풍요로운 희망한국을 실현할 수 있다. 바다헌장에 명시됐듯 생명, 풍요, 공생의 바다를 통해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케네디 대통령이 남긴 말을 바다의 날에 다시 생각하자. ‘우리가 바다를 알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박한일 한국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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