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기자의 디지털 세상] LG 프라다폰 써 보니…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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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나 에어컨, 세탁기를 손에 들고 다니는 느낌.

95g에 지나지 않는 작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필자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격이 대당 88만 원이라는 LG전자의 ‘프라다폰’(사진) 얘기입니다.

이달 초 LG전자는 이탈리아 패션 회사 프라다와 개발 단계부터 함께 만든 프라다폰을 국내에 내놓았습니다. 무척 잘 팔려서 웃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얘기도 들리더군요.

이 프라다폰을 1주일 동안 빌려서 사용해 봤습니다.

제품은 명품다웠습니다.

전원을 켠 후 3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에 손을 대는 순간 터치스크린 방식이라 불편할 것이란 선입견은 사라졌습니다. 스크린을 건드릴 때마다 미세한 진동이 느껴져서 마치 일반 휴대전화의 키패드를 누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전자펜으로 화면에 글자를 써서 메시지를 입력하는 것도 가능한데 정자로만 쓰면 대체로 잘 인식했습니다.

프라다 패션쇼를 진행하는 음향 기술자들이 만들었다는 벨소리나 흑백의 테마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세계적인 카메라 렌즈 제조업체인 독일 슈나이더사가 인증한 카메라 렌즈(제조는 LG이노텍)도 마음에 들더군요.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사용하면 다른 승객들의 시선이 몰렸고 동료 기자들도 지나가다 한 번씩 만져 보곤 했습니다.

명품은 사용자의 자부심을 살려 주고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효용이 있다는데, 이 휴대전화는 그런 점에서 분명히 명품이라고 불릴 만한 요소가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탐내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외에 전자사전 기능, 지상파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기능 등도 편리했습니다.

하지만 뒷면도 광이 나는 재질이고 LCD 화면도 커서 때가 잘 탑니다. 제대로 ‘폼’을 잡으려면 천으로 계속 닦아 줘야 한다는 점은 불편하더군요.

문제는 가격인 것 같습니다.

8년이 넘게 한 이동통신사 서비스를 사용하며 마지막 6개월 평균 요금이 월 9만 원 정도였다고 해도 보조금은 30만 원대이기 때문에 최대한의 보조금을 받더라도 프라다폰은 50만 원을 줘야 살 수 있습니다.

자부심과 편리함을 위해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할 지는 소비자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LG전자는 “프라다폰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명품 마케팅에 따라 고가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랍니다.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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