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IT 기기의 새로운 기능을 알기 쉽게 소개해 주는 ‘디지털 설명 요원’인 최희정(28) 정현나(27) 한유희(26) 씨.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삼성전자 본관에서 만난 이들은 미인에다가 키 170cm가 훌쩍 넘는 이른바 ‘S라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델이나 도우미, ‘○○걸(girl)’보다 ‘설명 요원’으로 불리기를 강하게 희망했다.
“레이싱 걸이나 모델의 활동은 시각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관객이나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설명 요원’은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에게도 전문지식을 안내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지식 전달 기능이 큽니다.”
레이싱 걸 활동도 오래 했던 한 씨의 설명이다.
유능한 ‘디지털 설명 요원’이 되려면 철저한 사전 학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이들처럼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과 계약을 하고 활동하는 요원들은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2007년형 TV가 새로 나오면 그 제품의 개요만 암기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TV 전반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액정표시장치(LCD) TV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의 차이점과 장단점부터 시작해서 예전 TV 모델과 신제품의 기능 비교까지…. 하루 종일 교육받은 뒤 사전 테스트를 반복해서 받느라 밤늦게 귀가하는 일이 허다하다. 회사도 이들을 철저한 ‘프로페셔널’로 대우하기 때문에 교육 기간에도 별도의 보수가 지급된다.
“수험생 때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면 명문대에 충분히 갔을 것이란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특히 삼성전자는 저희에게 ‘설명 요원’의 차원을 넘어 회사 직원 수준이 되길 기대합니다.”(최 씨)
실제로 직원들이 행사장에서 “‘설명 요원’도 모르는 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느냐”고 얘기하곤 한다고 최 씨는 귀띔했다.
이 3명과 같은 A급 ‘디지털 설명 요원’의 보수는 하루 15만 원 정도. 이는 A급 레이싱 걸의 70∼80% 수준이라고 한다. 받는 돈만 따지면 이들은 사서 고생을 하는 셈이다.
“모터쇼 모델로도 많이 활동했지만 ‘디지털 설명 요원’은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꼼꼼하게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한 제 설명을 듣고 고객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정 씨)
삼성전자 LG전자 SK그룹 같은 대기업에서 ‘디지털 설명 요원’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해외 정상이나 중요한 VIP가 왔을 때 의전이나 발표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들 ‘설명 요원’이 회사 전체의 글로벌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요원 선발과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사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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