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라뇨, 디지털 설명 요원이에요”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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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에 패션모델이 있고 자동차 경주장에 ‘레이싱 걸’이 있다면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장에는 바로 우리가 있다.”

복잡한 IT 기기의 새로운 기능을 알기 쉽게 소개해 주는 ‘디지털 설명 요원’인 최희정(28) 정현나(27) 한유희(26) 씨.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삼성전자 본관에서 만난 이들은 미인에다가 키 170cm가 훌쩍 넘는 이른바 ‘S라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델이나 도우미, ‘○○걸(girl)’보다 ‘설명 요원’으로 불리기를 강하게 희망했다.

“레이싱 걸이나 모델의 활동은 시각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관객이나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설명 요원’은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에게도 전문지식을 안내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지식 전달 기능이 큽니다.”

레이싱 걸 활동도 오래 했던 한 씨의 설명이다.

유능한 ‘디지털 설명 요원’이 되려면 철저한 사전 학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이들처럼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과 계약을 하고 활동하는 요원들은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2007년형 TV가 새로 나오면 그 제품의 개요만 암기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TV 전반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액정표시장치(LCD) TV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의 차이점과 장단점부터 시작해서 예전 TV 모델과 신제품의 기능 비교까지…. 하루 종일 교육받은 뒤 사전 테스트를 반복해서 받느라 밤늦게 귀가하는 일이 허다하다. 회사도 이들을 철저한 ‘프로페셔널’로 대우하기 때문에 교육 기간에도 별도의 보수가 지급된다.

“수험생 때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면 명문대에 충분히 갔을 것이란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특히 삼성전자는 저희에게 ‘설명 요원’의 차원을 넘어 회사 직원 수준이 되길 기대합니다.”(최 씨)

실제로 직원들이 행사장에서 “‘설명 요원’도 모르는 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느냐”고 얘기하곤 한다고 최 씨는 귀띔했다.

이 3명과 같은 A급 ‘디지털 설명 요원’의 보수는 하루 15만 원 정도. 이는 A급 레이싱 걸의 70∼80% 수준이라고 한다. 받는 돈만 따지면 이들은 사서 고생을 하는 셈이다.

“모터쇼 모델로도 많이 활동했지만 ‘디지털 설명 요원’은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꼼꼼하게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한 제 설명을 듣고 고객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정 씨)

삼성전자 LG전자 SK그룹 같은 대기업에서 ‘디지털 설명 요원’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해외 정상이나 중요한 VIP가 왔을 때 의전이나 발표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들 ‘설명 요원’이 회사 전체의 글로벌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요원 선발과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사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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