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恥部 도려내는 고통 감수해야

  • 입력 2007년 5월 28일 22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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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의 봐주기 수사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경찰 조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택순 경찰청장이 김 회장 사건 수사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자 일선 경찰관과 간부들이 이 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자체 감찰이 한계를 드러내 의혹을 말끔히 씻지 못한 마당에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찰 간부들은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다. 경찰은 금력(金力)과 상부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치부(恥部)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신뢰를 잃은 경찰이 자체 수사로 의혹을 풀어 내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 청장도 김 회장 봐주기 수사에 개입한 혐의가 드러나면 마땅히 사퇴해야 할 것이다. 경찰 총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다니는 것은 15만 경찰 구성원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게 된다.

이 청장은 “경찰이 일치단결해야 할 때”라며 퇴진 요구를 거부했고 청와대도 “사표 받을 일이 아니다”며 힘을 실어 줬다. 이 청장은 봐주기 수사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휘책임은 피할 수 없다. 상처투성이의 이 청장이 과연 국민과 조직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스스로 경찰 제복을 부끄럽게 만든 사안에 대해 깊이 자성해야 한다. 현 정권에서 경찰은 친북좌파 세력이 반미 폭력시위를 하며 활개를 쳐도 정권의 코드를 의식해 방관함으로써 공권력의 위기를 자초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2005년 말 농민시위대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책임질 일이 아닌데도 정권의 압력으로 법이 정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지금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경찰관들은 그때 부당하게 물러나는 경찰 총수를 위해 얼마나 목소리를 높였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치부를 철저히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는 경찰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를 다시 쌓기 어렵다. 국민 앞에 제복이 수치스럽지 않은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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