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군대시절 뱀 생식으로 병 걸렸어도 국가 유공자＂

공수부대 출신의 50대 남성이 군 복무 당시 생존훈련의 하나로 살아있는 뱀을 잡아 먹는 바람에 '열식고충(스파르가눔)증'에 걸렸으니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내 이겼다.

스파르가눔은 뱀이나 개, 고양이에 기생하는 유충으로 국내 스파르가눔증 환자의 50% 가량이 뱀을 생식한 전력이 있다는 의학계 보고가 있다.

1973년 육군 하사로 임관한 이 씨는 1974~1976년 특수전사령부 공수여단에 배치돼 보급품이 끊겼을 때를 대비해 살아 있는 뱀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훈련을 여러 차례 받았다.

1979년 전역한 이 씨는 2003년 심한 두통과 근육 경직, 성기능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병원을 찾았고, 스파르가눔증 진단을 받자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특별3부(부장판사 김수형)는 28일 "의사들의 의학적 소견을 종합해 보면 이 씨가 스파르가눔증에 걸린 유력한 원인은 뱀을 산 채로 먹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훈련과정에 뱀을 먹게 돼 질병을 얻었으므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된다"고 이 씨에게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스파르가눔의 최대 잠복기가 17년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전역 후 24년이 지나 증상이 나타난 이 씨는 이례적이지만 뱀 생식 외에는 다른 발병 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