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처, 기자실 통폐합 의견수렴 시늉만…

  • 입력 2007년 5월 2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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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홍보처 김창호 처장은 22일 기자실 통폐합을 골자로 한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견 수렴이 사실상 정부 측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형식적인 과정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견 수렴한 기자는 16명 뿐=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정병국 의원은 26일 국정홍보처에서 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홍보처는 언론학계, 언론단체, 공무원, 취재기자 등 90명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는데, 그 중 54명이 공무원이었고 취재기자는 16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홍보처는 올 3월 23일, 29일 각 부처 정책홍보관리관 40명과 정책홍보관리실장 14명에게서 의견을 들었지만, 취재기자는 같은 달 27일 정부중앙청사 출입기자 16명에게 들은 것에 그쳤다. 이들 16명의 의견도 홍보처가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각 부처의 홍보담당관리관들을 통해서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처장은 22일 브리핑에서 “각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언론학자 30여 명, 언론단체 관계자들에게서 의견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자료에 따르면 의견을 수렴한 언론학자는 올 3월 16일에 들었다는 언론정보학회 소속 교수 11명밖에 없다.

또 홍보처가 만났다는 언론단체 관계자 역시 올 3월에 만났다는 기자협회 간부 4명과 인터넷기자협회 임원 5명뿐이었다.

이에 대해 기자협회 측은 “당시 국정홍보처 측에서 ‘아직 결정된 안이 없다’고 해 ‘나중에 안이 나오면 구체적으로 협의를 하자’고 했다”며 “그걸 의견 수렴 과정이라고 본다면 문제가 크다”고 기자협회보를 통해 지적했다.

▽수렴한 내용 반영 안 돼=이렇게 공무원 위주로 수렴된 의견이나마 이번 기자실 통폐합 방안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라는 게 정 의원의 비판이다.

국정홍보처 자료에 따르면 언론학계는 ‘대표적인 단체와의 토론회를 개최해 공감대를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등 대표적인 언론학 연구단체와 기자실 통폐합 문제를 놓고 공식 토론회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는 또 ‘정보 공개 강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홍보처는 ‘전자 브리핑제 도입’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자 브리핑제에 대한 예산 산정은커녕 예산 확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공무원들도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배경 설명을 뜻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은 전자 브리핑제로는 이뤄지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언론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자들은 ‘취재원과 기자 간의 실질적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기자를 쫓아내는 형식만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방안이 결국 “기자를 쫓아낸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정 의원은 “국정홍보처는 수렴된 의견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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