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한테 안겨 ‘미래세력’ 운운한다고 人物되나

  • 입력 2007년 5월 27일 2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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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찾아가는 범(汎)여권 주자들의 발길로 이 집 문턱이 닳을 지경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 정동영 전 의장이 머리를 숙이고 ‘훈수’를 들은 데 이어 오늘은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 내일은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갈 차례인 모양이다.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이번 주에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 모두 자기 브랜드로는 뜨지 않으니 ‘옛 명품’ 좀 빌리자는 계산인지 몰라도 ‘이런 수준들이니 못 떴지, 역시 여론의 눈은 매섭다’는 생각이 든다.

범여권 주자들이 DJ에게 매달리는 이유는 뻔하다. 호남 표심(票心)에 미치는 그의 영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무튼 범여권 주자들은 한나라당을 ‘수구(守舊)냉전세력’으로 낙인찍으며 ‘미래, 통합, 평화, 개혁세력’을 자처한다. 손 전 지사만 해도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미래지향적 진보와 합리·실용적 개혁을 추구하는 제3세력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들 여권 주자는 ‘3김(金)식 지역주의’를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역사와 정치 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서 국민을 우롱하는 구태(舊態)요 구시대의 연장이다. 통합신당을 ‘지역주의 회귀’라고 비판하던 노무현 대통령조차 최근에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고 물러섰다. 3김 정치를 청산하고 ‘새 시대의 맏형’이 되겠다던 그의 다짐이 무색하다.

DJ는 “물러난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민주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도 정 전 의장에게 “한나라당이 혼자 주먹을 흔든다. 상황 돌파를 위해 사생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노골적인 정치개입 발언을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말한 대로 DJ는 민주발전에 역행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물이 되려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전직 대통령의 등에 업혀 대통령이 돼 보겠다는 사람들의 행태다. 이들 가운데 그나마 5∼6%대의 여론 지지를 받고 있는 손 전 지사에게 대표적으로 묻고자 한다. 100일간 전국 곳곳의 민생 현장에서 읽은 민심이 이런 과거 회귀적 정치를 하라는 것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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