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사생결단이라도 해야…여권에 시간이 없다"

  • 입력 2007년 5월 27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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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은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누군가 한 사람이 나타나 정국을 리드하거나 사생결단이라도 해야 한다"며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26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범여권 주자들의 지리멸렬한 상황에 언급하면서 "한나라당 후보는 지금도 지방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는데 이 쪽은 고만고만하게 옹기종기 모여앉아 국민 접촉이 안 되는 게 문제"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고 정 전 의장측 김현미 의원이 27일 전했다.

이는 정 전 의장이 "적어도 6월말, 7월초까지는 (대통합신)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면담 도중 여러 차례에 걸쳐 "시간이 없다", "통합 문제가 지지부진해 답답하다"며 갑갑한 심경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범여권의) 단일정당 구성이 최우선이고, 안되면 연합체제라도 구축해야 한다. 둘 다 안된다면 대선은 하나마나한 일이 될 것"이라며 "이는 그냥 해 본 소리거나 학설도 아니고 직접 실천해 성공한 사례를 얘기하는 것으로, 나는 국민 뜻을 따라 성공했다"고 강조한 뒤 "(범여권이) 내부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 힘들겠지만 시간이 가고 있으니 잘 판단해서 하라"고 '훈수'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에 대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것은 쏠림이라고 볼만한 것이 아니다"며 "상대가 없이 혼자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대통령은 이어 "국민의 관심은 여권이 단일화내해느냐, 못하느냐에 있다"며 "잘못하다간 국민들이 체념하고 외면할 우려가 있고, 그러면 다시 일으켜 세우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하고 "희망을 주는 이슈를 이야기하고 헌신하는 사람이 나타나야 국민은 감동한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초조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범여권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일대 일'대결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 전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며 "이승만 독재 ,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를 무너뜨렸고 노조도 지나치다 싶으니까 변화시켰으며 재벌도 국민 여론 앞에서 벌벌 떨고 있다"고 말하고 "모두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잘 판단해서 하라"며 정 전 의장을 '독려'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위대한 국민을 갖고도 못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한 뒤 "나는 목숨을 몇 번이나 내놓고 다쳐가면서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며 "지금은 그 때보다 좋은 시절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핵 실험 당시를 회고, "당시 잘못됐으면 (제가) 굉장히 어려운 처지가 될 상황이었지만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 햇볕정책 유지에 대한 인터뷰, 강연을 수 십 차례 해 결국 상황 진전을 만들어 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생각도 분명히 얘기했다"며 "정치인은 자신이 생각하고 국민에게 옳다고 하는 바가 있으면 사생결단하고 끝까지 돌파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남들이 다 말할 때 말하고 침묵할 때 침묵하면 지도자가 아니다. 일어설 수 없다"라며 "희생하고 국민에게 헌신할 사람이 나와야 한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지면 희생이 안되고 국민을 배반하게 되는 것"이라는 조언도 했다.

그는 또 지난 10년에 대해 "독재세력 때문에 잃어버린 민주주의와 외환위기를 불러온 경제, 수십년간 잃어버린 남북관계를 되살려 낸 기간"이라며 "국민이 이렇게까지 기다려주는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일이 아니고 결단해서 만들어 내라. 국민에게 희망이 되라"고 거듭 주문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 대연정 제안 등에 언급,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우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민주당 공천으로 당선되고 민주당 정책으로 대선에 나가 당선됐는데 당을 깨고 나가고,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해놓고 대북송금 특검을 해서 고생한 사람들을 감옥에 넣으면 지지자들이 어땠겠느냐. 지지자들이 안 받쳐주니까 열린우리당이 이렇게 된 것 아니냐"면서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이어 "(지지자들이) 밤 잠 안 자가면서 인터넷, 전화 해서 만들어 준 것인데 정권 재창출에 노심초사하는 사람들 앞에서 한나라당에 연립정부해서 정권 나눠 갖자고 하니 지지자들이 어떻게 생각했겠느냐"며 "우리당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현실정치 개입 논란을 의식한 듯 "은퇴한 대통령이 나서는 것은 불행한 일로, (내가) 분수를 지켜야 한다", "(내가) 현실정치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도 좋지 않으니 여러분이 알아서 하라"는 언급도 했다는 후문이다.

정 전 의장측은 "대통합을 위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임해달라는 메시지였으며 굉장히 고무적 자리였다"며 "전체 70분간의 면담 시간 중 40~50분 가량은 DJ가 말한 시간으로,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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