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29일 정책토론회 '대회전' 총력

  • 입력 2007년 5월 27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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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진검승부다."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의 서막을 알리는 29일 광주 정책 비전 대회에 당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책토론회는 내달까지 4차례 진행되지만 특히 이날 행사는 올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사실상 처음 열리는 후보간 정책토론회인데다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참여해 논리 대결을 벌인다는 점에서 경선 레이스 초반 판세를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런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2강(强)' 후보들은 토·일요일 이틀간 가능한 한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자신의 강점은 부각시키되 약점은 보완한다는 전략 아래 토론회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후보도 토론회가 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만큼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는 기회로 삼기 위해 비장의 무기를 가다듬고 있다.

◇ 이명박 전 시장

이번 토론회를 통해 '경제 대통령'으로서 차별화를 확실하게 이뤄낸다는 전략이다.

최근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온 전문가들이 최적의 입지조건으로 평가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대한민국 7·4·7 구상(7% 경제성장률,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강국 진입)' 을 설명하며 당원과 국민에게 경제대통령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겠다는 전략.

캠프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이 실물경제에 바탕을 둔 해박한 경제지식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정책 운용 능력도 뛰어난 경제 지도자라는 점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 전 시장은 후보자간 상호 토론시간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뒷받침해 온 정책외곽조직 국제전략연구원(GSI) 원장인 서울대 지리학과 류우익 교수를 비롯해 고려대 경제학과 곽승준 교수, 장석효 전 청계천복원 추진본부장 등과 함께 최근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하며 다른 후보들의 공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예행연습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이번 토론회가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는 점을 감안해 양휘부 전 KBS 창원총국장 등 방송전문가들로부터 토론 기법, 영상매체 대응 방식 등에 대해서도 '과외수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캠프측은 이번 토론회에서 여론지지율 1위 후보인 이 전 시장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격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이를 역이용, 대운하 구상 등 정책을 적극 홍보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임기응변식 연설과 토론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이 전 시장으로서는 이번 토론회가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더 벌려 '대세론'을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캠프 관계자는 "29일 첫 토론회가 이 전 시장의 지지 기반이 강한 광주에서 열리는데다 토론주제도 경제 분야여서 기선 장악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 박근혜 전 대표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누가 진정한 경제지도자인지를 보여주겠다."

박 전 대표는 토론회를 통해 경제에는 약할 것이라는 세간의 선입관을 깨는 동시에 이 전 시장의 '경제대통령'론이 알맹이 없는 구호일 뿐임을 당원과 국민에게 알린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회생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경제대통령론이 먹혀들면서 이 전 시장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보이고 있는 반면, 박 전 대표 자신은 경제 발전을 주도할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는 작업이 부족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이를 위해 '근혜노믹스(박근혜+이코노믹스)' 원칙 하에 발표해 온 △성장 동력을 사람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람경제론' △'줄푸세' 운동(세금과 정부규모 줄이기, 규제 풀기, 법질서 세우기) △지도자의 경제 리더십이 가져올 경제성장률 2%를 통한 '5+2%' 경제성장론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산업단지 회생 프로젝트' 등을 제시하며 경제지도자의 면모를 과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상호 토론 과정에서는 자신과 이 전 시장의 경제정책을 비교하며 '콘텐츠'에서 비교 우위에 있음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캠프 일각에서는 다른 후보들도 이 문제를 언급하는 만큼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전 대표는 토론회를 앞두고 주말 동안 차동세 전 KDI 원장, 성균관대 안종범, 서강대 김광두, 연세대 김영세 교수 등 경제자문단 및 캠프 내 정책 브레인들과 모임을 갖고 예상되는 질의와 답변 등을 검토하는 모의 토론회 형식의 점검 회의를 가지며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최경환 캠프 부본부장은 "60~70년대 개발시대가 아닌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누가 우리 경제를 더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인지를 차별화시켜 부각시킬 것"이라며 "몸으로 경제를 하는 시대는 지난 만큼 머리로 하는 경제를 누가 더 잘할 지를 보여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막판에 경선 전에 뛰어든 홍준표 의원은 토론회에서 서민경제론을 주요 화두로 제시한다. 성장이냐, 복지냐는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보다는 GNH(Gross National Happiness·국민총행복)지수를 높이는 측면에서 경제 정책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서는 환경 대재앙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 대안으로 경부고속도로 복층화를 통한 화물운송시간 단축 방안을 제시하고, 박 전 대표의 감세 및 규제완화 정책 등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그동안 계속 추진해 온 당의 안이지 대선 후보들의 안이 아니라"고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4번의 토론회를 통해 내달 말까지 국민지지율 5% 확보를 노리고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원희룡 의원의 경우, 한나라당이 서민과 소외계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측면에서 중소기업육성 정책이나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근로소득세 폐지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

고진화 의원은 개발 위주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국민의 행복지수와 삶의 질을 높이는 측면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와 박 전 대표의 열차 페리 구상의 문제점을 지적할 방침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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