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내보다 해외여행이 더 싸게 먹히니…

  • 입력 2007년 5월 26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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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이 낀 이번 주 인천국제공항은 성수기 못지않게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몰렸다. 1∼3월 해외 출국 내국인(331만 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 많았다. 원화가치 상승에다 주5일 근무로 짧은 여행을 즐기는 직장인이 늘면서 같은 값이면 해외 관광을 떠나는 추세다.

동남아와 중국 일부 지역 여행상품은 특급호텔을 이용하는 제주도 여행상품보다 싸다. 골프의 경우 국내에서 두세 번 라운드를 할 그린피이면 태국에선 항공료 숙식비를 포함해 여섯 번 라운드할 수 있다. 이러니 해외 투어를 탓할 수만도 없다. 이런 사정들이 얽혀 2000년 이후 해외여행 경비가 연 20%씩 급증했다. 결국 작년 한 해만도 관광수지 적자가 85억 달러(약 8조 원)에 이르렀다.

3월 세계경제포럼(WEF)이 관광정책과 안전 숙박 교통시설 등을 분석해 발표한 여행관광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은 124개국 중 42위였다. 홍콩(6위) 싱가포르(8위)는 물론이고 일본(25위) 대만(30위)에도 밀린다. 경쟁국에 비해 물가가 비싸고 관광기반 시설이 뒤진 데다 규제와 세금이 지나치기 때문이다. 1976년 도입된 특별소비세가 지금까지 유지되는 게 대표적이다. 스키장 특소세는 1998년 폐지됐지만 골프장이 내는 각종 세금을 내장객 수로 환산하면 라운드 한 번에 3만 원이 넘는다. 이 돈만 가지고도 태국에선 캐디피를 포함해 골프를 즐길 수 있을 정도다.

내국인들이 외국에 나가 레저를 즐기는 동안에 국내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가 그만큼 외국으로 도망간다. 여행관광산업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관련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큰 신(新)성장동력으로 꼽힌다. 10억 원을 투자하면 정보기술(IT)산업은 10명을 고용하지만 관광산업은 52명의 일자리를 만든다. 정부는 작년 말 ‘관광산업경쟁력 강화대책 62개 과제’를 발표했지만 제대로 추진되는 것은 7건 정도라고 한다. 여행관광산업 규제를 풀고 관련 세금을 낮춰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돈과 일자리를 붙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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