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암흑기에도 소녀의 꿈은 ‘반짝’…‘명혜’

  • 입력 2007년 5월 26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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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혜/김소연 글·장호 그림/220면·8500원·창비(초등 4년 이상)

◇건방진 도도군/강정연 글·소윤경 그림/200쪽·8000원·비룡소(초등 4년 이상)

대표적인 어린이 책 출판사 두 곳에서 공모전을 통해 재미있고 의미 있는, 짱짱한 책 두 권을 길어 올렸다. 아직은 창작동화의 작가군이 두껍지 않은 현실이기에 이런 노력이 더욱 빛나 보인다.

창비의 제11회 ‘좋은 어린이 책’ 창작 부문 대상작 ‘명혜’는 일제강점기 배움에 대한 열정과 인생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찬 주인공 명혜가 인습에 맞서 의사의 꿈을 키워 가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역사적 사건과 맞물려 도드라지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흥미롭다.

가문을 위해서는 친일도 서슴지 않는 아버지 송 참판과 일본 유학을 하며 독립운동을 준비하는 오빠 명규는 대립한다. 어머니 안씨 부인은 송 참판의 권위에 눌려 묵묵히 참고 지내지만 결국 명혜의 미국 유학을 지지해 준다.

‘눈 덮인 산과 들이 새로 빨아 놓은 이불 홑청처럼 하얗게 빛을 냈다’라거나 ‘혼례식 날 신부는 부정한 것을 보지 않기 위해 눈꺼풀에 꿀을 바르고, 부정한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귀를 솜으로 막는다’는 등 배경과 풍속에 대한 묘사가 충실하다.

비룡소의 제13회 황금도깨비상 장편동화 부문 수상작 ‘건방진 도도군’은 부잣집 애완견 도도가 자신을 돌봐 줄 주인 대신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반자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건방진 개 도도는 뚱뚱하다는 이유로 부잣집 사모님 ‘야’에게 버려져 운전사의 어머니가 사는 시골집으로 온다. 그곳에서 또 다른 버려진 개 미미를 만나 주인의 액세서리에 불과했던 자기의 처지를 깨닫는다. “주인만이 버릴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소리치던 도도는 동반자를 스스로 선택하겠다고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농아인의 귀가 되는 훈련을 받아 보청견이 되는 도도. 이 정도 되면 도도가 겸손해질 법도 한데….

작가 강정연 씨는 “도도가 겸손해지면 재미없어질 것 같아 끝까지 건방지도록 내버려뒀다”며 “그러나 그 건방짐은 우리 아이들처럼 귀엽고 매력 있는 건방짐”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인 개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새롭고, 짤막짤막하고 거침없는 표현들이 유쾌하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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