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고향을 찾아서]<4>‘피터 팬’ 런던 켄싱턴 공원

  • 입력 2007년 5월 26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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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싱턴 공원에 있는 피터팬 동상.
켄싱턴 공원에 있는 피터팬 동상.
《길을 잃었다. 울창한 숲과 넓은 잔디밭 한가운데였다. 분명 공원 입구에서 안내지도를 봤는데 한참을 돌아도 피터 팬은 나타나지 않고 그곳이 그곳 같았다. 런던 시내 한복판에 있는 켄싱턴 공원에서였다. 이 공원은 제임스 배리(1860∼1937)가 쓴 ‘피터 팬’의 무대다. ‘피터 팬’ 이야기는 이 공원 근처에 사는 웬디와 그 동생들에게 환상의 나라 네버랜드의 소년 피터 팬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피터 팬이 영원히 어린아이로 살고 싶어 부모에게서 도망쳐 온 곳이기도 하다. “켄싱턴 공원에 안 살면, 지금은?”(시공주니어) “집 잃은 아이들이랑 같이.”(주니어파랑새) “그 애들은 누군데?”(베틀북) “유모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유모차에서 떨어진 아이들이야. 7일 동안 아이들을 찾아가지 않으면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 멀리 네버랜드로 보내거든. 내가 대장이야.”(비룡소)》

실제로 공원에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산책 나온 젊은 부부가 눈에 많이 띄었다. 피터 팬에 따르면 여자 아이들은 워낙 똑똑해서 유모차에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들 중에는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요즘 여자 어른은 길을 잃는다.

오후 7시, ‘애프터눈 티’를 마시기에 안성맞춤인 오렌지 온실(The Orangery)에서 일하는 점원도, 관광객 차림의 남자도 피터 팬 동상을 모른단다. 하기야 ‘피터 팬’이 나온 지 100년도 넘는 걸. 마음이 급해 공원 입구를 찾았다. 공원 면적이 33만 평이나 되기 때문에 입구는 10개도 넘는 듯했고 입구마다 안내지도가 붙어 있었다. 분명히 ‘①피터 팬 동상’이라고 쓰여 있다.

이 공원은 배리가 종종 산책했던 곳이고 ‘피터 팬’의 모델들이 된 르웰린 데이비스 가족의 아이들을 만난 곳이기도 하다. ‘피터 팬’은 이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에서 차츰 발전했다. 배리는 이 공원에서 자신이 직접 후크 선장 역할을 하고 이 가족의 넷째 아들인 마이클이 피터 팬 역할을 하면서 놀기를 좋아했다.

‘피터 팬’은 그의 소설 ‘작고 하얀 새’(1902년)에 처음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데이비드라는 소년과 켄싱턴 공원을 산책하면서 그곳에 밤마다 나타나는 ‘피터 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터’라는 이름은 이 가족의 셋째 아들 이름을 땄다.

배리가 이 소설을 바탕으로 쓴 희곡 ‘피터 팬, 혹은 자라지 않는 아이들’은 1904년 런던의 듀크 오브 요크 극장에서 초연돼 큰 인기를 누린다. 오늘날 우리가 ‘피터 팬’이라 부르며 널리 읽는 것은 1911년 소설로 발표한 ‘피터와 웬디’다.

피터 팬을 따라 동생들과 함께 네버랜드로 날아간 웬디는 집 잃은 소년들의 엄마가 돼 그들을 돌보고 피터 팬과 소년들이 후크 일당을 물리치는 것을 도와준다. 결국 피터를 제외한 집 잃은 소년들과 웬디와 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모두 어른이 된다.

어린이 책 평론가 존 로 타운젠드는 “어린이들은 모두 어른이 되기를 고대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년이라는 착상이 아이들에게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터 팬은 분명히 아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주며 세기를 뛰어넘어 생명력 있는 캐릭터로 사랑을 받고 있다. 비룡소판을 번역한 서강대 장영희 영문학과 교수는 “피터 팬에서 발견하는 것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꿈과 마음의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조각가 조지 프램턴의 작품인 피터 팬 동상은 공원 동쪽 서펀타인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 산책 나온 가족들이 둘러보거나 피터 팬 동상임을 알아챈 관광객들이 곁에서 사진을 찍을 뿐 주위는 조용했다.

켄싱턴 공원을 나와 대영박물관 쪽으로 3마일 정도 가면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아동병원이 나온다. 가족이 없던 배리는 ‘피터 팬’으로 얻은 수익과 저작권을 이 병원에 기증했으며 이 병원 측의 공모로 얼마 전 ‘피터 팬’의 속편인 ‘돌아온 피터 팬’이 나왔다.

글·사진(런던)=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1부 끝―

■찾아가는 길

북쪽 리전트파크를 제외하면 런던시내에서 가장 큰 공원인 하이드파크와 동서로 나란히 자리한 공원이 켄싱턴 공원이다. 런던시민이나 관광객과 어울려 산책하며 ‘숲의 도시’ 런던을 만끽할 수 있다. 도시 한복판이라 자동차로 가면 주차하기 힘들다. 지하철은 퀸스웨이 역과 하이스트리트 켄싱턴 역이 가깝다. 생전에 다이애나 비와 두 아들이 살았던 곳으로 유명한 켄싱턴 궁전(일부 공개)이 공원 서쪽에 있고 원형극장 로열 앨버트 홀은 공원 남쪽 길 건너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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