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싸움 ‘본게임’ 공이 울린다

  • 입력 2007년 5월 26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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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찾아간 李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5일 대구 계명대에서 ‘꿈과 도전’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나는 7% 이상(경제성장)을 하고 싶다. 지도자만 잘 만나면 이름값만으로 1%포인트는 그냥 오른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대학생 찾아간 李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5일 대구 계명대에서 ‘꿈과 도전’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나는 7% 이상(경제성장)을 하고 싶다. 지도자만 잘 만나면 이름값만으로 1%포인트는 그냥 오른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민추협 손잡은 朴민주화추진협의회 소속 인사 35명이 25일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표 지지 선언을 했다. 민추협 소속 박희부 전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손을 잡고 경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민추협 손잡은 朴
민주화추진협의회 소속 인사 35명이 25일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표 지지 선언을 했다. 민추협 소속 박희부 전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손을 잡고 경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이 29일 오후 2시부터 광주에서 열리는 경제 분야 정책·비전 대회를 시작으로 대선주자에 대한 정책 검증에 나선다.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따뜻한 시장, 세계를 향한 무한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정책 토론회에서 대선주자들은 민심 확보를 위해 차별화된 정책을 내세워 ‘첫 번째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특히 이번 토론회는 공중파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는 데다 상대 후보의 정책에 대한 질의응답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정책 검증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 토론회의 자리 배치는 추첨을 통해 사회자, 박 전 대표, 고진화 의원, 원희룡 의원, 홍준표 의원, 이 전 시장(정면 왼쪽부터)으로 정해졌다.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 일정

△5월 29일 광주 경제 분야 △6월 19일 부산 통일·외교·안보 분야

△6월 8일 대전 교육·복지 분야 △6월 28일 서울 종합토론》

■李 “경제 리더 또한번 입증”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실물에 바탕을 둔 폭넓고 해박한 경제 지식을 갖고 있고 경제정책 운용 능력이 뛰어난 리더라는 점을 보여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25일 “이 전 시장이 경제 분야 정책·비전토론회에서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차별화를 확실하게 이뤄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최근 방한했던 네덜란드 정부 및 운하 관련 기업 관계자들이 한강과 낙동강을 실사한 뒤 ‘최적의 입지조건으로서 운하 건설이 필요하다’고 평가한 것을 부각할 방침이다. 또 연간 7% 경제성장으로 4만 달러 국민소득과 세계 7대 강국 진입을 달성하자는 ‘대한민국 7·4·7’ 정책을 설명해 국민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고 국가지도자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 전 시장은 토론회를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캠프의 정책, 기획, 홍보, 메시지 팀들이 총동원된 상태다. 이 전 시장은 사전에 토론 내용을 학습한 뒤 토론회에서는 자신의 정리된 생각으로 풀어 나가는 스타일이다.

이 전 시장은 예상되는 토론 주제를 60여 개로 추려냈으며 경제정책 자문단과 시간이 날 때마다 질의응답식 토론을 하고 있다. 24일 예상 주제를 놓고 정책자문단과 열띤 토론회를 했다고 한다. 또 서울 시내 모 스튜디오를 빌려 실전과 같은 토론회를 예행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들은 “이 전 시장이 빡빡한 일정 때문에 토론회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어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널리 퍼져 있는 ‘저돌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 대신 정책 마련에 신중하고 정책의 부작용까지 고려하는 지도자라는 상을 심는 데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에서 박근혜 전 대표 등 다른 주자의 개별 공약에 대한 비판을 하기보다는 다른 주자들이 경제정책에 대해 얼마만큼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지가 드러나도록 토론을 해 나갈 계획이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의 경제정책 구상에 대해 먼저 설명하고 이에 대해 다른 주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물어 보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 캠프는 다른 후보들이 한반도 대운하 등 이 전 시장의 주요 공약을 공격하더라도 환영한다는 태도다.

박 대변인은 “다른 주자들의 주공격 대상은 이 전 시장이 될 것”이라며 “이 전 시장의 주요 정책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거꾸로 이 전 시장의 주요 정책을 국민에게 제대로 이해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朴 “콘텐츠에 놀라지 말라”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당에서 마련한 정책토론회를 반기는 분위기다. 연초부터 각 분야 자문단과 함께 꾸준히 준비해 온 다양한 정책 구상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를 얻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일각에서 박 전 대표를 향해 ‘콘텐츠가 없다’는 평을 하는데 이번 토론회를 통해 놀랄 정도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에서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25일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지난 5개월간 자문단과의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정책 구상을 가다듬어 왔기 때문에 새롭게 준비할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주말에 경제자문단과 한 번 정도 모의 토론회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모의 토론회에는 연세대 김영세, 서강대 김광두, 성균관대 안종범, 경희대 차동세 교수 등 경제자문단과 최경환 이혜훈 이한구 박종근 의원 등이 참석한다.

정책 내용은 기존에 내놓은 ‘근혜 노믹스’를 중심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국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한다는 ‘사람경제론’ △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는 ‘줄푸세’ 정책 △‘7% 경제성장론’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산업단지 회생프로젝트’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생활경제 분야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표 캠프의 미디어단장인 김병호 의원은 통화에서 “가식 없고 진솔한 박 전 대표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는 TV 토론 경험이 많고 평소 학습량도 많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기승 홍보특보가 중심이 돼 동영상 자료와 ‘파워 포인트’ 파일도 제작하고 있다.

토론회가 상대 후보와 문답 형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캠프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공약을 분석하고 다른 후보들의 공격에도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직접 이 전 시장을 공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 캠프 일각에서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을 공격하는 모양새로 비치면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문제가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지만 무시하고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그렇더라도 토론 과정에서 이 전 시장 정책의 문제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민추협인사 박근혜 지지 선언

■원희룡 “中企-서민 관련 정책에 초점”

홍준표 “핵폭탄급 이슈로 토론 주도”

고진화 “평화경제론 통일 대안 제시”

원희룡 의원은 이번 정책토론회에서 과세표준 5000만 원 이하 근로자의 근로소득세 폐지 등 서민과 중소기업 관련 4, 5개 정책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원 의원은 25일 자신의 경제 분야 정책자문단과 회의를 하며 최종 의견을 조율했다.

다른 후보의 정책에 대한 검증도 확실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 의원 측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박근혜 전 대표의 열차페리 구상 등이 경제적으로 타당한가를 집중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경선 출마를 선언하기로 한 홍준표 의원은 ‘핵폭탄급’ 논쟁거리가 될 이슈를 던져 토론을 주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홍 의원은 토론에서 자신의 대표공약인 ‘반값아파트’와 서민 1인 1주택 갖기 등에 대해 설명하고 다른 주자의 공약 허구성을 파헤칠 계획이다. 홍 의원 측은 “홍 의원이 고민해 온 정책들을 국민이 보게 되면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진화 의원은 한반도 통일과 다음 세대의 번영을 위해서는 자신이 내세운 ‘평화경제론’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토론회에서 강조할 계획이다. 고 의원 측은 “다른 후보들의 경제 공약이 변화하고 있는 동아시아 상황이나 남북한 상황에 들어맞는지를 중점적으로 지적하며 토론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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