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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사진,不在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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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사진,不在를 찍다

입력 2007-05-26 02:53수정 2009-09-27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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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AIR 프로젝트 080, ‘키스’, 233×188cm, 2005. 남녀 열다섯 쌍이 키스하는 모습을 촬영해 포개어 놓은 이미지. 사진 제공 위즈덤하우스

영화 ‘클로저’의 한 장면. 사진 제공 효형출판

《봄날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나들이를 간다. 사람들은 사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을 기억하고자 한다. 그 기억은 즐거운 외출의 기억일 수도, 다시 만날 수 없는 얼굴일 수도, 끔찍한 진실의 순간일 수도 있다. 분명 사진은 21세기 디지털 시대 대중에게서 가장 사랑받는 매체다. 그만큼 사진 관련 서적에 대한 관심도 높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진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한 책과, 사진평론가가 영화를 통해 사진의 본질을 소개한 책이 나란히 나왔다.》

◇ON AIR /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아타 지음/235쪽, 199쪽·1만7000원, 1만2000원·예담

마오쩌둥이 뚝뚝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린다.

얼음으로 조각된 마오쩌둥의 흉상이 녹아 버리는 장면을 연속해서 찍은 사진 ‘마오의 초상’. 이 작품을 선보인 김아타 씨는 2004년 미국의 사진 전문 출판사 ‘어패처’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사진첩을 냈으며 2006년 뉴욕 세계사진센터에서 아시아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연 사진작가다. 빌 게이츠가 그의 작품을 8800만 원에 구입했고, 뉴욕의 센트럴파크재단이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작품을 1억2000만 원에 예약 구입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며 사진계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유명 인사가 됐다.

그런 그가 최초로 책을 냈다.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작품 설명집 ‘ON AIR’와 인생관 예술관을 쓴 에세이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 등 두 권이다.

김 씨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는 독특한 철학을 작품에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세기 문화 정치 아이콘 중 하나인 마오쩌둥이 물로 녹아내린 이유다.

‘ON AIR’에 수록된 ‘뉴욕’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뉴욕의 거리를 8시간 동안 찍은 화면에는 무언가 움직이는 듯하면서도 텅 비어 있다. 거리를 지나간 무수히 많은 사람은 결국 사라지는 존재들임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저자는 “사라지지만 사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마오쩌둥이 녹은 물은 땅으로 스며들어 식물을 자라게 하고 수증기로 올라가 비가 되어 내린다. 2006년 ‘아이스 모놀로그’ 시리즈도 그렇다. 김 씨는 얼음으로 만든 제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 희생자 명단이 녹아내리자 1000개의 화분에 물을 나누어 담았고 7개월 후 꽃이 피어났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사진, 영화를 캐스팅하다/진동선 지음/280쪽·1만3000원·효형출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한 장의 사진으로 끝난다. 영화에 등장하는 어느 관광객이 찍었을 이 사진에는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주인공들의 한순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단면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 준다.

이 책은 영화를 매개로 사진의 본질과 의미를 이야기한다. 사진평론가인 저자는 사진을 주제로 했거나 사진이 미장센의 한 장치가 된 국내외 영화 25편에서 사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삶의 흔적, 진실과 거짓을 담은 사진의 본질을 탐구한다. ‘파이란’ ‘봄날은 간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누구나 한번쯤 봤을 영화에 등장하는 사진 이야기가 친숙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진은 대부분 사람을 찍었다. 정면을 찍었건, 멀리서 웃는 모습을 찍었건 본질적으로 초상 사진이다. 서양 미술사에서 얼굴 초상은 예술의 영역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초상화란 터럭 한 올까지 오차 없이 그릴 뿐 아니라 정신까지 옮긴다고 생각한, 엄격한 미술 장르였다. 반면 19세기에 등장한 초상 사진은 싼값에 찍을 수 있어 자신의 얼굴을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보통사람들의 열망을 충족시켰다. 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기억하는 증표로 사용됐다. 저자는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주인공이 서로 잊지 않으려 간직하는 휴대전화의 사진에서 초상 사진의 역사를 끄집어낸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사진은 삶과 죽음이 한몸이라는 깨달음이다. 영화 속 사진관에서 사람들이 죽음을 예비하며 찍은 사진에는 삶 속에서 인간이 죽음을 어떻게 느끼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산 자’의 초상은 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곳’을 기억하게 한다. 저자는 사진가 리처드 아베돈을 모델로 한 영화 ‘클로저’를 비집고 들어가 진정한 클로즈업은 그저 가까이 찍는 것이 아니라 내면까지 담는 것이라고 말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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