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십계…태양광 발전…베트남 골프장 건설’ 공통점은?

  • 입력 2007년 5월 26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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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목표만 보이면 쏜다… 실탄 88조 원

하나은행은 올해 2월 프라이빗뱅킹(PB) 고객 29명에게서 경기 광주시 오포지구 아파트 개발 자금으로 55억 원을 모았다. 투자기간은 약 6개월, 목표 연 수익률은 정기예금 금리보다 2%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하나은행 측은 “부동산을 선호하는 ‘큰손’ 고객을 위해 개발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인들끼리 알음알음으로 자금을 모아 특정 사업에 투자하는 사모(私募)펀드가 급증하고 있다. 투자 대상도 부동산 외에 공연이나 에너지개발 등 다양해지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 형식의 투자금액은 2003년 3월 말 약 53조 원에서 올 3월 말 88조 원으로 66%나 늘었다.

○ 개인도 ‘끼리끼리 투자’

마이애셋자산운용은 내년 4월 공연 예정인 뮤지컬 ‘십계’의 투자자를 올 2월에 모집했다. 이규철 마이애셋자산운용 이사는 “한화증권 PB 등을 통해 비공개로 보름 만에 44억5000만 원을 모았다”며 “투자 희망 고객이 30명을 훨씬 웃돌아 추려내느라 나름대로 고심했다”고 말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사모펀드를 적극 조성하기도 한다.

하나증권은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 건설할 골프장과 콘도에 투자할 개인투자자를 7월경 모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50억∼200억 원을 모아 약 1년 6개월간 투자하며 목표수익률은 연 10% 선으로 잡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거액 자산가 10여 명이 1인당 월 수천만 원을 내 수십억 원의 자금을 만든 뒤 운용사나 은행의 PB를 통해 투자처를 문의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의 한 PB는 “최근 한 개인투자자에게서 ‘주위에서 200억 원을 모을 수 있는데 좋은 투자처를 찾아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활발

은행 보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사모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권육상 국민은행 투자금융본부장은 “최근 예산이 부족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자원개발 등에 민간자금을 적극 유치하려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은 이달 초 태양광발전사업 등에 투자하는 약 3300억 원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펀드’를 만들었다. 국민은행 사학연금 등 11개 기관투자가들은 앞으로 약 15년에 걸쳐 투자자금을 회수한다.

권 본부장은 “SOC 투자는 금융회사가 자금을 지원하되 정부가 일정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국내에는 10년 이상 장기 투자할 대상이 거의 없어 보험 연기금 등이 투자기간이 긴 SOC 투자에 적극적”이라고 했다.

사모펀드의 일종으로, 지분을 인수한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해 회사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프라이빗에퀴티펀드(PEF)도 활성화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 3월 국내 조선업체와 반도체 업체에 투자하는 ‘르네상스펀드’에 50억 원을 투자하는 등 5개 PEF에 1000억 원을 투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샘표식품 지분 참여도 같은 맥락이다.

김한모 우리은행 투자금융팀 파트장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의 좋은 투자기회를 해외 사모펀드에 빼앗겼다는 반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 투자 결과는 투자자가 책임져야

‘빛’과 함께 ‘그늘’도 유념해야 한다.

사모펀드는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작전세력’ 등 투기세력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한 운용사가 개인투자자 9명에게서 사모펀드 85억 원을 조성해 H종목에 투자한 뒤 9개월 만에 450억 원의 시세차익을 내자 “내부 정보를 이용한 작전 세력이 사모펀드 형식을 빌려 투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C사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도 해외 사모펀드처럼 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실력을 키워야 한다”면서도 “개인들이 참여하기에는 투자 위험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사모펀드

개인이나 기관투자가 등 30인 미만의 투자자로 구성된 펀드. 특정 종목에 투자금의 10% 이상 투자할 수 없는 공모(公募)펀드와 달리 분산투자 의무가 없고 투자설명서 제공 및 공시 의무 등도 일부 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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