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2·13합의 이행해야 쌀 지원”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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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당초 이달 말 해로를 통해 수송을 시작하기로 북한과 합의했던 40만 t의 대북(對北) 식량 차관 제공을 영변 핵시설 폐쇄 등에 관한 베이징(北京) ‘2·13합의’ 이행에 진전이 있을 때까지 연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정부는 24일까지 식량 차관 제공을 위한 구매 및 용선계약을 하지 않았다. 또 한국수출입은행과 북한의 조선무역은행 사이의 식량 차관 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달 내에 대북 식량수송선의 출항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쌀 차관 제공에 합의한 4월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13차 회의에서도 합의문에 명문화하지 않았지만 ‘2·13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제공 시기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정부의 생각을 북한에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미국도 최근 2·13합의 이행 없는 한국의 대북 쌀 차관 제공에 대해 잇달아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는 23일 연세대 특강에서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도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주한 미대사관은 최근 통일부와 외교통상부에 대북 쌀 차관 제공 상황에 대해 공식 문의를 함으로써 차관 제공을 우회적인 방법으로 견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가 사실상 쌀 차관 제공 유보 방침을 정함에 따라 29일부터 3박 4일 동안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제21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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