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도 기자 만나지 말라는 건가”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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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행정기관 기자실 통폐합에 이어 공기업 등 정부 산하기관과 국책 연구기관의 기자실 운영 실태까지 파악한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공공기관들이 술렁이고 있다.

본보 24일자 1면 참조
▶“정부, 공기업 기자실까지 실태조사”… 해당 산하기관 당혹

공기업 관계자들은 “결국 우리도 기자실을 없애고 기자들을 만나지 말라는 메시지가 아니냐”면서 “그렇지 않아도 ‘사고 칠 때’를 제외하면 정부 부처나 민간기업에 비해 언론의 관심이 낮은데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이들은 24일 기관명이 공개될 경우 불이익을 우려해서인지 한결같이 기관명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취재에 응했다.

최근 기획예산처로부터 기자실 운영 실태와 관련된 문의 전화를 받은 A공공기관 관계자는 “평소 별 접촉도 없던 예산처가 기자실에 대해 묻는 게 도대체 무슨 의도냐”며 상황 파악에 분주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릴 것이 많아 아직은 기자실 폐쇄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없애라고 요구하면 결국 공기업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아니냐”고 말했다.

역시 예산처가 기자실 운영 현황을 물었다는 B공공기관 측은 “기자실 운영과 관련해 공공기관 전반에 어떤 식으로든 후속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상식적으로 잘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와 예산처로부터 최근 잇달아 기자실 운영 관련 문의를 받은 C공공기관은 “기자실을 폐쇄하라는 지침을 받진 않았지만 정부 부처의 기자실이 없어지면 아무래도 공공기관들은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D공공기관은 “정부가 기자실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이를 문의했겠느냐”면서 “정부의 메시지는 결국 공공기관도 기자들을 만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한편 23일 본보의 취재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기자실 운영 실태 파악 자체를 부인했던 예산처는 24일 보도가 나간 뒤 “기자실 운영 방향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어 공공기관 기자실의 경우는 어떠한지 실무 차원에서 단순히 현황을 파악했다”며 뒤늦게 연락 사실을 시인했다.

또 당초 “국정홍보처 직원에게서 기자실 운영 실태 파악을 위한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던 한국산업은행 관계자는 “전화를 해온 곳은 홍보처가 아니라 예산처였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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