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국의 함성… 축구는 ‘세계의 언어’ 확인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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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축구협회장, 유럽 챔스리그 결승전 관람기

그리스의 아테네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 다시 세계의 중심도시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다. 아테네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은 축구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AC 밀란 대 리버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아테네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축구팬들도 TV로 이 경기를 지켜봤을 것이다. 세계 200여 국가에 동시 중계됐다니 세계는 또 한 번 축구를 통해 일상의 근심거리를 잊어버린 듯했다.

AC 밀란은 이탈리아, 리버풀은 잉글랜드 팀이다. 두 나라 모두 축구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와 잉글랜드의 화끈한 공격 축구가 맞붙은 것이어서 팬들의 관심은 더 컸다.

AC 밀란은 이 대회 전까지 6번 우승했고, 리버풀은 5번 우승을 했다. 문자 그대로 ‘쫓고 쫓기는 자들의 대결’이었다.

그리스에서는 모든 TV 프로그램 스크린의 오른쪽 귀퉁이에 아테네 결승전의 푸른색 바탕 로고를 새겨서 보여 줬다. 라디오에서는 UEFA 챔피언스리그 노래를 반복적으로 틀어 주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아테네 입국 후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한국식당을 찾았다. 수많은 리버풀 축구팬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한국인 주인은 결승전 전날부터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으며 “아테네 시의 맥주는 다 동이 났을 것”이라고 했다.

결승전에서는 AC 밀란의 브라질 출신 카카의 활약이 돋보였다. 첫 번째 골은 그가 파울로 얻은 프리킥에서 나왔다. 두 번째 골도 카카의 결정적인 패스로 이루어졌다. 11명의 선수가 뛰기는 하지만 한 사람의 스타플레이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경기였다.

결승전이 열린 아테네 올림픽 경기장은 7만 석 규모이다.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그리스 정부는 훌리건의 난동 예방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경찰은 두 팀의 원정 팬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팔찌를 차도록 해 별도로 관리했다. 서로 섞이지 않도록 리버풀 팬은 버스로, AC 밀란 팬은 지하철로 경기장에 가도록 조치했다.

AC 밀란과 리버풀 팬에게는 3만4000장의 입장권을 판매했는데 초기 집계에 따르면 5만 명의 팬이 아테네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됐다. 다행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축구는 ‘평화의 언어’이며 ‘세계의 언어’다. 앞으로도 축구는 세계 평화와 통합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국민, 특히 청소년들이 이 ‘세계적인 평화의 언어’를 더 많이 알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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