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에게… 더 뭘 볼 게 있느냐가 아니라 아직 볼 게 남아 있어 기뻐요”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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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에게 더 볼 게 뭐 있느냐가 아니라 전도연에겐 아직도 볼 게 많이 남아 있다는 반응을 끌어낸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영화를 10편 했는데 이 작품을 계기로 새로운 출발선에 선 자세로 연기하겠습니다.”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의 레드카펫을 처음 밟은 영화 ‘밀양’의 주인공 전도연의 하늘색 드레스는 환하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신애 역으로 출연한 ‘밀양’의 첫 장면을 장식한 하늘처럼. 그렇게 고통스러운 연기를 펼치면서 어떻게 결혼까지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홍콩 여기자의 말에 전도연은 “내가 생각해 봐도 참 큰일을 저지른 것 같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연기하면서 늘 공과 사를 구별해 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상대역 종찬을 연기한 송강호는 시종 환한 표정으로 그 곁을 지켰다. 그는 한국에서 ‘전도연의 전무후무한 연기’라는 극찬을 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큰 감동을 받은 나머지 쓴 표현이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전도연 씨의 이전 연기나 이후 연기를 생각하지 못한 무례한 표현이었던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화보]전도연 이창동, 칸에서의 일거수 일투족

반면 이창동 감독은 시종 진지한 자세로 “나는 종교에 대한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눈부신 하늘의 햇살로 시작한 영화가 누추하고 조금은 지저분한 땅을 비추는 장면으로 끝난 것에 대해 “우리 인간의 의미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곁의 땅에 있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경쟁부문에 처음 초청된 데 대해선 “무척 기쁘지만 원래 경쟁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결과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화관광부 장관을 마치고 영화감독으로 돌아온 소감을 묻자 “공직에 있을 때의 일은 까맣게 잊어버려 지금은 그게 어떤 것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날 기자 시사 이후 반응은 매우 희망적이었다. 영화를 본 기자들이 대부분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된 22편 중 최고 수준의 작품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스페인의 엘리세오 가르시아 니에토 기자는 루마니아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과 함께 여우주연상을 다툴 영화로 손꼽았고 로이터통신의 제임스 매켄지 기자는 “올해 공식초청작 가운데 가장 심오한 작품 중 하나”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칸 영화제 기간에 일간으로 발간되는 ‘스크린’의 별점 평가단 중 유일하게 ‘밀양’을 먼저 본 프랑스 ‘포지티프’지의 미셸 시망 기자는 4점 만점에 4점이라는 최고 점수를 줬다.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프랑스 영화관계자 중 몇몇은 농담조로 좋은 결과가 나올 텐데 마지막 날까지 있다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꺼낼 정도”라고 전했다.

칸=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화보]전도연 이창동, 칸에서의 일거수 일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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