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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강 국내 미니기업]<13>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코아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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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강 국내 미니기업]<13>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코아로직

입력 2007-05-25 03:03수정 2009-09-2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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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아로직 연구실에서 직원들이 반도체 설계를 위해 연구와 테스트를 하고 있다. 코아로직이 설계한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MAP)는 사진과 동영상 압축 및 복원 능력이 뛰어나며 전력 소모가 적은 것이 장점이다. 박영대 기자



《2003년 4월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코아로직의 김영태(34) 부장과 윤재석(38) 부장은 의아했다.

길거리나 식당에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에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도착한 날 베이징 시장이 사스 사망자 축소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까지 했다. 사스가 무섭다고 그냥 귀국할 수는 없었다. 만나야 할 중국 휴대전화 업체 관계자가 너무 많았다. 김 부장과 윤 부장은 ‘외국인 출입금지’ 표시를 무시하고 베이징과 상하이(上海)의 중국 업체들을 방문했다. 당시 모두 일본 업체의 부품을 쓰고 있던 업체들이었다.

무뚝뚝한 표정의 중국인들에게 김 부장은 휴대전화 카메라의 핵심부품인 자사의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CAP)에 대해 설명했다.

중국 기업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 부장은 “당시 일본 업체 직원들은 본사의 귀환 명령에 따라 모두 귀국하고 중국 업체의 개발실은 비어 있었다”며 “이때부터 코아로직의 중국 시장 점령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후 코아로직의 핵심 부품인 CAP는 2003년과 2004년에 중국산 휴대전화의 80%에 쓰였다. 지금은 코아로직의 주력 제품이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MAP)로 바뀌면서 CAP 매출은 크게 줄었다.

MAP는 휴대전화의 동영상, 음악, 게임 등 다양한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부품이다.

하지만 CAP는 중국에서 코아로직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코아로직은 지금도 ‘1일 1도시 2업체 방문’출장 시스템을 불문율처럼 지키고 있다.》

○국내 최대의 팹리스 반도체 회사

코아로직은 반도체 설계만 하고 실제 제작은 외부 생산 업체에 맡기는 ‘팹리스(fabrication-less)’ 반도체 회사다.

국내 팹리스 기업 중 매출액 기준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임직원은 247명이지만 매출액은 지난해 1902억 원에 이른다.

연구개발(R&D) 인력이 전체 직원의 70%이며 매출액은 2004년 1333억 원, 2005년 1623억 원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2004년 32%에 이르던 영업이익률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15∼16%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코아로직의 현재 주력 제품인 MAP는 세계 시장 5위 안에 드는 점유율을 갖고 있다.

MAP 시장에서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엔비디아, AMD 등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다.

황기수(56) 코아로직 사장은 “지난해 세계에서 생산된 전체 프리미엄 휴대전화 1억∼1억5000만 개 중 2500만∼3000만 개의 휴대전화에 코아로직 MAP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아로직의 MAP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수출 휴대전화에 주로 들어가며 수출량이 전체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작은 벤치마킹으로

2002년 설 연휴 때 황 사장은 이석중 현 부사장과 연구원 2명을 일본에 보냈다.

휴대전화 카메라에 들어가는 반도체인 CAP를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코아로직은 이미지 센서 등을 만들고 있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던 때였고 황 사장은 휴대전화에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부사장과 연구원들은 서울 용산전자상가와 비슷한 곳인 일본 도쿄(東京)의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휴대전화 여러 개를 구입해 왔다. 이들은 일본어도 할 줄 몰랐고 휴대전화를 구입하려면 이용 가입을 해야 했지만 손짓 발짓을 해가며 무조건 샀다.

코아로직은 국내에서 일본 휴대전화를 분해해 CAP를 연구했고 같은 해 8월 CAP 개발에 성공한다. 제품 성능은 일본 제품보다 좋았고 가격은 낮았다.

국내 휴대전화에 들어가던 일본 업체의 CAP는 조금씩 시장에서 퇴출됐고 그 자리에는 코아로직의 CAP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1998년 이 회사를 세운 황 사장의 경영 철학은 ‘될 때까지 한다’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하지만 한번 결정하면 끝장을 보겠다는 뜻이다.

○경쟁사 제품 대비 소비전력 30% 적어

2002년 CAP 개발의 여세를 몰아 코아로직은 2004년 휴대전화 전용 MAP 개발에도 성공했다.

휴대전화가 단순한 전화에서 뮤직폰,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 게임폰 등으로 특화되면서 각종 멀티미디어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가 필요해졌고 코아로직은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포착했다고 황 사장은 설명했다.

코아로직 제품은 경쟁사인 TI 등의 제품에 비해 결코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동영상과 사진을 잘 압축하고 복원해 메모리 사용을 줄이는 능력과 낮은 전력 소비량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전력소비량은 경쟁사 대비 30% 정도 낮다.

이 부사장은 “코아로직은 2004년 당시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에 비해 5년여 뒤져 있었지만 3년 만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업체가 됐다”고 말했다.

코아로직이 속한 ‘시스템 온 칩(SoC)’ 산업은 반도체의 꽃으로 불린다.

그러나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세계시장의 36% 이상을 점유하며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반면, SoC 규모는 5%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도체 컨설턴트 출신인 이 회사의 마이클 존스 부사장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SoC 등 비메모리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코아로직과 같은 회사들은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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