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들려주는 인생수업]부모님 대접과 거래처 접대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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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친구끼리 만나면 자식들 흉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어느 집이나 부모와 아이가 일심동체가 되어 학원이다 과외다 보충수업이다 정신이 없었다. 그런 아이들이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할 즈음 부모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아이들이 ‘싸가지 없다’는 게 우리의 공통론이다. 저만 알고 부모건 누구건 배려할 줄을 모르며 무엇이든지 제 구미에 맞게 각색해서 받아들인다. 곤란해지면 ‘나 몰라라’ 하고 뒤돌아선다. 물론 어미 아비 탓이라는 걸 안다. 과보호하고 참고 견디는 것을 가르치지 못했다는 것을 통감한다.

부모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랬겠는가. 하나 둘밖에 없는 아이에게 어릴 때 못 먹은 것을 먹여 주고, 못 입은 것을 입혀 주고, 못 해본 것을 시켜 주고 싶었다. 헐벗고 자란 우리의 당연한 본능이었다. 윤택한 시대를 맞아 이런 본능에 맞춰 경쟁적으로 행진해 왔다.

내게도 딸이 둘 있다. 작은아이가 어떤 기관 홍보실에 취직이 됐다. 제 할 일을 잘하는 것 같은데 때로 싸가지가 없기 짝이 없는 저 애가 과연 위아랫사람을 분별해 가며 직장생활을 잘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홍보실이란 데가 움직이는 화류계더라고 농담한 지가 벌써 3년이 되었다. 그동안 제 나름으로 볶이고 닦이고 무엇인가를 터득했을 터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어느 일요일 아침, 작은아이의 느닷없는 노랫소리에 잠이 깨었다.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넘던 이별 고개….’ 이게 웬 뽕짝인가. ‘남행열차’란 노래를 연습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제 ‘단장의 미아리고개’로 시대를 거슬러 간 것이다.

회식이 끝난 뒤 회사 윗분들이며 거래처 어른들을 모시고 노래방에 가거나 그분들 귀가를 돕는 게 자신의 업무라고 혀를 차더니, 핑클이나 베이비복스 노래로는 버틸 수 없었나 보다.

‘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대체 저 가사가 무슨 뜻인지나 알까. 어색하게 꺾이는 노래에 아마추어 냄새가 묻어나 조금은 신선하다. 아이의 적응이 기특하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다.소설가 이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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