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카 라이프]졸음운전의 아픈 추억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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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2월 어느 날 오전 1시경. 스쿠프를 운전하고 있던 기자는 갑자기 눈앞이 번쩍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졸음운전으로 저도 모르게 잠깐 눈을 감았다가 주차돼 있던 1t 트럭의 옆구리를 들이받은 것이죠. 엔진룸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차에서 내려 보니 깨진 전조등 조각들이 어지럽게 도로 위에 널려 있었습니다.

사고의 충격 때문에 몇 분간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신이 멍한 상태였습니다.

안전띠를 매고 있어서 몸은 다치지 않았지만 만약 다른 차에 사람이 타고 있었거나 보행자와 부딪힐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치더군요.

당시 경찰서를 출입했던 기자는 잇따라 발생한 몇 건의 범죄와 사고 때문에 며칠간 밤늦게까지 일했는데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이 불찰이었습니다.

일단 견인차로 차를 근처 정비소로 보낸 뒤 경찰에서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를 받았습니다. 기본적인 사고 처리가 끝나자 구입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스쿠프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차보험을 들지 않아 수리비를 직접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우울하게 만들더군요.

차량 수리 견적이 200만 원 가까이 나왔는데 수리비를 낮춰 보려고 수소문을 해서 150만 원에 해 주겠다는 정비공장을 찾아서 차를 맡겼습니다.

열흘이 지나고 수리된 차를 찾아오기는 했지만 그때부터 무엇인지 모를 헐거움과 커진 엔진 소리는 험난한 자동차 생활을 예고했습니다.

값싸게 수리하려고 부실하게 정비했다가 나중에 수시로 잔고장이 발생하면서 돈도 더 들어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물론 자동차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도 됐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사고 이후 기자는 지금까지 계속 자차보험을 들고 있습니다. 또 운전을 하다 졸음이 온다 싶으면 차를 안전한 장소에 세우고 30분 정도 잠을 청하는 것이 습관이 됐습니다. 안전띠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고 있기도 합니다.

자동차 사고는 안 당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피할 수 없었다면 깔끔한 뒤처리와 교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연(失戀)의 고통을 통해 성숙하고 강해지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카라이프와 자동차이야기는 격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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