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유동성 과잉’ 원죄는 누구에게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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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요즘 ‘시중에 돈이 너무 많아’ 고민입니다. 최근 청와대가 한은을 비롯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 부동산시장 불안을 가져온 ‘유동성 과잉’의 원인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마음이 더 편치 않아 보입니다. 》

유동성이 넘친다는 것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는 뜻으로, 한은이 통화관리에 실기(失期)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2000년 691조3935억 원이었던 ‘광의 통화(M2)’ 평균잔액은 지난해 1076조6824억 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M2 증가율은 전년 대비 8.32%로 경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61%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한은은 진작부터 유동성 과잉을 막으려 했다고 해명합니다. 2005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5번에 걸쳐 콜금리를 올린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지급준비율 인상’이란 카드까지 꺼냈죠. 하지만 돈줄은 조여지지 않았습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고객 확보 경쟁을 벌이고 최근에는 ‘묻지 마’ 식 중소기업 대출까지 늘어나 금리 인상의 실효성이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넘치는 유동성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경기를 감안하면 섣불리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도 힘들다는 겁니다. 2004년 박승 전 총재 시절 한은의 금리 인하 조치가 과도한 대출을 초래해 지금의 유동성 과잉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은은 ‘통화정책 실패’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1999년부터 콜금리가 통화정책 운용수단이 되면서 직접 통화량을 관리하지 않고 있고, 또 그 추이에 대해서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하긴 막대한 토지 보상금을 푼 정부 정책이나 세계적인 글로벌 유동성 과잉도 지금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현상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은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한은이 목표 콜금리 관리 외에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하면서 스스로의 활동영역을 축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중앙은행의 ‘신중하면서도 강단 있는 통화운용’을 기대해 봅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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