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주기동)는 "경찰이 신변보호 요청을 묵살해 딸이 살해됐다"며 조모 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3억10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조 씨 측에 6900여만 원을 주라"며 조 씨 측에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조 씨의 딸 A 씨(사망 당시 28세)는 2002년부터 B 씨와 사귀어오다 B 씨가 이혼한 적이 있고 전처와의 사이에 2명의 자녀가 있다는 것을 알고 B 씨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이 때부터 B 씨는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A 씨를 여러 차례 협박 감금 폭행했고 "결혼해주지 않으면 가족까지 죽이겠다"며 공기총으로 살해 위협도 했다. B 씨는 2004년 4월 A 씨 몰래 혼인신고도 했다.
참다 못한 A 씨는 2004년 9월 "B 씨를 수사해 구속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그러나 남녀 간의 단순한 애정문제로 여겨 B 씨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않았다. A 씨는 고소장을 낸지 열흘 뒤 B 씨에 의해 살해됐고 A 씨 부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 씨가 명시적으로 신변보호 요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은 고소장을 내면서 B 씨를 구속해 달라고 한 것은 묵시적으로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경찰은 A 씨의 신변을 보호하고 B 씨의 소재를 파악하는 등의 직무상 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밝혔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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