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결과의무이행제 등 행소법 전면개정

  • 입력 2007년 5월 24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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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A 씨는 골프연습장을 만들기 위해 서울의 한 구청에 인가를 신청했지만 구청은 '주민 민원이 예상된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김 씨는 '구청의 거부 처분이 잘못됐다'는 행정소송을 내 2001년 10월 승소했지만 구청은 다른 이유를 대며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김 씨는 결국 구청이 허가를 내주도록 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다시 내야 했다.

행정기관의 뻣뻣한 태도 때문에 행정소송에서 이겼는데도 신청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소송을 반복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폐해가 이르면 2009년부터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24일 '의무이행소송' 제도 도입 등 행정소송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행정소송법을 20여년 만에 전면 개정하는 '행정소송법 개정 시안(試案)'을 공개했다.

의무이행소송제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들이 부당하거나 위법한 처분을 내렸다가 행정소송이 제기돼 패소하면 법원의 결정을 의무적으로 이행하게 하는 제도.

현재는 '건축허가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더라도 행정기관이 반드시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유를 내세워 다시 거부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의무이행소송제도가 도입되면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형식으로 법원이 판결을 내릴 수 있게 돼 행정소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행정기관의 위법한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될 때에는 미리 행정기관이 처분을 내리지 못하도록 소송을 내는 '예방적 금지소송' 제도의 도입이 추진된다.

아울러 개인 택시 면허 갱신 거부 등의 처분에 대해 소송을 내면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생업에 종사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임시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행정처분에 대해서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된다.

이 밖에 △행정소송을 낼 수 있는 기한을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서 180일 이내로 늘리고 △행정기관은 비밀 자료 외에는 법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도 시안에 포함됐다.

법무부는 "1984년 행정소송법이 전면 개정된 이후 행정소송 건수는 8배나 급증했지만 법 조항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변화된 행정현실과 성숙된 국민의 권리의식을 반영하기 위해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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