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라인의 아마추어리즘]언론담당 요직, 현장경험 없어

  • 입력 2007년 5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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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주도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과 국정홍보처는 그동안 정부의 대언론 강경책을 밀어붙였다. 권력의 칼과 방패로 언론을 옥죄고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 앞장서 온 것이다.

▽홍보수석실은 언론정책 사령탑=홍보수석실 산하엔 비서관 5명(홍보기획, 국정홍보, 보도지원, 국내언론, 해외언론)이 있다.

이 가운데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사실상 현 정부의 대언론정책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86 핵심 측근인 양 비서관이 홍보수석실의 ‘실세’로 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언론노보 기자 출신으로 한보사태 때 정태수 총회장의 홍보 업무를 맡았다. 지난해엔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경질과 관련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언론에 대해 적대적인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경우도 많다.

그는 언론의 순기능과 취재 기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기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좇는 것에만 급급해한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올해 1월 그는 노 대통령의 개헌 관련 담화문 발표 당시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방송사 고위층에 직접 전화를 걸어 생중계를 요청해 방송사 일선 기자들의 집단 항의와 반발 사태를 초래했다. 2005년 8월에는 삼성그룹에 대통령이 참가하는 행사의 비용 문제 등을 ‘협의’한 사실이 드러나 결국 ‘공개사과’를 하기도 했다

양 비서관이 정부 관련 방송사 및 언론단체 인사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도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때부터 언론보좌역을 맡아 온 그는 현 정부 출범 후에도 줄곧 홍보수석실에만 근무하며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글을 올리는 등 청와대 안에서 가장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이번 기자실 통폐합 논의 과정에서도 “한국만의 특수한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펴 국정홍보처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국내 신문과 방송의 기사 및 논조를 분석하는 정구철 국내언론비서관도 언론노보 기자 출신이다.

김종민 국정홍보비서관은 내일신문, 시사저널 기자 출신. ‘청와대브리핑’ 운영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버블 세븐’ 논란을 일으킨 부동산 시리즈 등을 기획했다.

윤승용 홍보수석비서관은 한국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을 지냈다.

각 비서관실 산하에 포진한 행정관은 26명으로 이 가운데 언론사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일간지 기자 출신 2명 정도다. 이에 따라 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이해하는 직원들이 드문 상황에서 홍보수석실이 제대로 언론정책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홍보기획과 국내언론 등 홍보수석실의 핵심 참모들은 언론과 타협하기보다는 맞서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어서 현직 언론인들의 기용은 철저히 배제된다”고 말했다.

▽‘돌격대’ 국정홍보처=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중앙일보 학술 전문기자 출신이고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은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출신이다.

안 차장은 2004년 7월 청와대브리핑에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성적 패러디물을 오랫동안 방치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파문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에서 직위해제됐지만 1개월여 만에 국내언론비서관으로 복귀해 국정홍보처 차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관련해 관가에선 “역시 홍보수석실이 세다”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방선규 홍보협력단장은 이번 기자실 통폐합 실무 작업을 총괄했다. 방 단장은 “나는 직업공무원인데 하필 이 시기에 기자실 통폐합 실무를 맡아 어쩔 수 없었다”고 지인들에게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홍보처 협력총괄팀장을 지낸 방 단장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여론이 비등했던 2005년 8·31부동산대책의 유공자로 선정돼 지난해 1월 근정포장을 받았다.

권영후 홍보기획단장은 홍보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권 단장은 선린상고와 건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79∼90년 국립중앙박물관 해외홍보관제작과와 기획과에서 사무관으로 일했다. 권 단장은 1999년 국정홍보처로 옮겨 홍보조사과장, 주러시아대사관 문화홍보원장, 국정홍보처 홍보기획국장을 지냈다. 이 외에 박영국 홍보분석관은 홍보 분석을 총괄하고 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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