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국내유일 로봇 특성화고 ‘서울로봇고’

  • 입력 2007년 5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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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로봇 특성화고인 서울로봇고 학생들이 지도교사와 함께 로봇배틀대회에 참가할 로봇을 고치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20여 권의 로봇 서적을 낼 정도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국내 유일의 로봇 특성화고인 서울로봇고 학생들이 지도교사와 함께 로봇배틀대회에 참가할 로봇을 고치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20여 권의 로봇 서적을 낼 정도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중량 제한을 맞추려면 덮개 철판을 얇게 만들자.” “그러면 더 쉽게 부서져. 부품을 가벼운 것으로 교체하는 건 어때?” 22일 오전 11시경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로봇고 실험실습실. 학생 10여 명이 부서진 ‘전투 로봇’의 개량 방법을 둘러싸고 열띤 ‘설전’을 벌였다. 몸체 앞부분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칼날이 달린 33kg짜리 전투 로봇은 동력장치와 무게중심, 센서 등 전기·전자·기계 분야 핵심 기술의 결정체다. 이 로봇은 서로 밀고 넘어뜨리는 경기에 출전할 ‘선수’다.》

이 학교 자동화로봇과 학생들은 전투 로봇을 디자인하고 부품과 몸체를 직접 깎아서 만들어 각종 로봇 경진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4월 말 열린 ‘EBS 대한민국 로봇대전’에선 전문가급 대학생이 참가한 50여 개 팀 가운데 9위를 차지했다.

전투 로봇의 무선 조종을 맡은 3학년생 백민수(18) 군은 “하루 3, 4시간가량 로봇 제작과 설계, 전자회로 등에 대한 수업을 듣고 친구들끼리 모여 로봇의 형태와 작동원리를 공부한다”고 말했다.

서울로봇고는 국내에서 유일한 로봇 관련 특성화고다. 1993년 강남공업고로 개교한 뒤 2004년 10월 서울시교육청 지정 특성화고로 변신했다.

한때 이 학교는 주민들에게 기피 대상이었다. 탈선, 흡연, 폭력 등을 일삼은 학생이 적지 않았다. 주위 아파트 단지에 ‘강남공고생 출입 금지’라는 푯말이 나붙을 정도였다.

서울로봇고로 개명한 뒤 학교는 달라졌다. 기계와 로봇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서울 각지에서 몰려들어 2007학년도에는 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과거 미달 학교란 오명을 씻어냈다.

마이크로로봇과 3학년생 김연태(18) 군은 “배우는 내용이나 시설 등이 좋아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로봇의 분해·제작·조립을 다루는 자동화로봇과(2학급), 로봇의 제어 프로그램 언어와 센서를 다루는 로봇제어과(2학급),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공부하는 마이크로로봇과(1학급)가 있다. 또 첨단 산업재료를 배우는 로봇재료과(2학급), 실내 건축 및 가구 디자인 전문가를 양성하는 인테리어디자인과(2학급)도 있다. 한 반에 25명씩 전교생은 703명이며 교사가 70명이어서 교사 한 명당 학생 수는 10명이다.

학과별로 전공 및 창업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전투 로봇과의 인공지능형 로봇 등 전공 동아리는 전국 경진대회에서 수차례 입상하기도 했다. 창업 동아리는 변호사와 회계사, 변리사를 초청해 특강을 듣고 공장과 벤처업체를 탐방하며 실무 감각을 익히고 있다.

로봇제어과 2학년생 서민중(17) 군은 “학교가 우리의 창업 아이디어를 실용화하도록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교과 교사 30여 명은 학과별로 연구모임을 만들어 수업 방법과 기계조작법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매달 교수·학습법 개선 연수회를 가진 결과 로봇 설계·제작 관련 교재를 20여 권이나 출간했다. ‘레고 마인드스톰’ 등 기업체들이 학생 채용 문의를 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명하 교장은 “중학교를 찾아가 학교의 특성을 설명하는 등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며 “맞춤식 진학·취업지도를 통해 우리나라의 산업 일꾼을 길러 내겠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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