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마피아 고발 기자를 보호하라” 살해위협에 경호원 제공

  • 입력 2007년 5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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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ANSA 통신의 리리오 아바테 기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경찰에게 둘러싸여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ANSA통신 인터넷판
마피아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ANSA 통신의 리리오 아바테 기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경찰에게 둘러싸여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ANSA통신 인터넷판
‘위험에 처한 용기 있는 기자를 지켜내자.’

지난해 4월 시칠리아 마피아 두목의 체포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기자를 위해 국회와 경찰이 나섰다.

23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최근 경찰은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의 두목 베르나르도 프로벤차노(74)의 체포 사실을 가장 먼저 보도한 이탈리아 ANSA 통신의 리리오 아바테(38) 기자에게 4명의 무장 경호원을 붙이고 방탄 차량도 제공했다.

이 같은 조치는 마피아가 그를 살해하려는 계획을 경찰이 인지한 직후 이뤄진 것. 아바테 기자가 얼마 전 이탈리아 정재계와 마피아의 연계 문제를 파헤친 책을 출간한 터라 위험은 더 높아진 상태다.

그동안 경찰이 마피아 소탕 작전을 벌이는 수사관들에게 경호원을 붙인 적은 있지만 기자에게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바테 기자는 “마피아의 표적이 됐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나의 가족과 친구들, 동료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사가 나간 이후부터 자신이 일하고 있는 팔레르모 지역 주민들도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과거 체포됐던 마피아 두목들이 예고 없이 석방돼 보복에 나서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기 때문.

하지만 그는 “마피아 관련 취재로 상황이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사건기자로서 취재를 계속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토토 쿠파로 시칠리아 주지사는 “마피아의 폭력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라며 “아바테 기자가 지금까지와 같은 열정과 직업정신을 갖고 계속 취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상원 마피아퇴치위원회의 카를로 비지니 의원은 “뉴스를 보도한 기자가 신변 보호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은 극적인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시칠리아 및 전국 언론인 단체들이 보내는 지지 메시지도 이어졌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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