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2명 수뢰 혐의 기소, 정형근 25일 검찰 출석

  • 입력 2007년 5월 23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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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대한의사협회로부터 정치자금을 후원받은 국회의원 2명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김대호)는 23일 의료법 개정 관련 등 직무와 관련해 장동익 전 의협 회장으로부터 현금 1000만 원씩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고경화, 김병호 의원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의협 등에서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한 모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을 25일 경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고 의원과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말과 올해 2월 초 장 전 회장으로부터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각각 현금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두 의원은 모두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활동했다.

검찰은 두 의원이 실제로는 의협의 자금을 받았지만 형식적으로는 의사들이 100만 원 씩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처럼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자금법에서는 법인이나 단체의 돈을 정치자금으로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영수증 처리를 한 정치자금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이익단체로부터 무분별하게 금품을 제공받는 행위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뇌물수수 혐의를 함께 적용한 이유에 대해 "후원금 형식으로 받았다고 해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1997년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안현태 전 대통령경호실장에 대한 판결에서 "정치자금, 선거자금, 성금 등의 명목으로 이뤄진 금품의 수수라 할지라도 그것이 정치가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갖는 한 뇌물의 성격을 잃지 않는다"고 밝힌 뒤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는 검찰 수뇌부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검찰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던진 '경고 메시지'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달 14일 '전국 검찰 특별수사 부장검사 회의' 훈시에서 "대선을 앞두고 부정부패가 심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각종 이익단체들의 정치권 불법 로비를 철저히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또 검찰은 정 의원이 출석하면 정 의원이 의협과 치협 관계자들로부터 800만 원을 받을 당시 이 돈이 협회 돈이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직무와 관련된 청탁은 없었는지 등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정 의원은 "의협 등이 연말정산 간소화 법안과 관련해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모은 1500만 원은 납세자단체에 전달된 것으로 나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으며 검찰도 이 부분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의원은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25일 당당하게 검찰에 출석해 진술할 생각"이라며 "이번 사건이 터진 뒤에야 의협·치협 측에서 후원금 800만 원을 받은 것을 확인했지만 적법하게 처리됐다"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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