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인천지부 무료 상담-서류작성 봉사

  • 입력 2007년 5월 23일 0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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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이혼한 뒤 공공근로를 통해 어렵게 생활해 온 이서주(가명·52·여) 씨. 이 씨는 지난해 7월 은행으로부터 1억3700만 원의 채무가 아들 2명에게 상속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7년 전 사망한 전남편의 채무가 아들들에게 상속됐다는 것.

두 아들과 어렵게 살림을 꾸려 오던 이 씨는 감당할 수 없는 채무 소식에 ‘자살’이란 극단적인 행동까지 생각하게 됐다.

법무사를 찾았지만 “올해 인천지법에서 한정승인(상속인이 상속에 의해 취득한 재산 한도 내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하는 상속 또는 그와 같은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이 1건만 결정됐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다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지만 750만 원의 비용을 마련할 수 없어 자포자기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씻으며 하늘을 바라보다가 그가 찾아간 곳은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인천지부’. 관련 법률 서적을 찾아가며 정성껏 서류를 준비해 주는 상담 직원의 모습에서 이 씨는 희망을 봤다. 그리고 상담원의 도움으로 서류를 법원에 접수시켰다.

한 달 후 법원으로부터 한정승인을 인정하는 편지가 왔다. 이 씨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 순간이었다.

“저 같은 빈곤층을 위해 일하는 단체가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어요.”

2002년 5월 문을 연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인천지부는 돈이 없고 법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는 시민들 사이에 ‘수호천사’로 통한다.

올해로 설립 5년째를 맞은 인천지부는 지금까지 1만1674건(4월 말 현재)의 법률상담을 통해 시민들을 대변해 왔다.

상담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한 푼의 지원비를 받지 않고 40여 명의 회원이 낸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봉사단체.

인천지역의 법조계, 학계, 전문 상담사, 기업인 등 각계 인사들이 뜻을 모아 서울 본원에 이어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부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상속·증여, 호적, 사실혼해소 등 가사사건 △채권·채무, 임대차, 손해배상 등 민사사건 △간통, 강간, 혼인빙자간음, 성폭력, 명예훼손 등 형사사건 외에 심리상담, 교통사고 등 다양한 사건에 대한 상담과 소송 관련 서류 작성 등을 돕고 있다.

면접, 전화, 인터넷 상담 외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매월 1회씩 동구노인복지회관을 방문해 출장 상담을 실시한다. 2005년부터는 인하대 법대와 협력을 맺어 법대생들이 직접 어려운 서민을 위해 법률 상담을 하며 고충을 듣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성폭력피해 여성 보호시설인 ‘푸른희망담쟁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 5월에는 성폭력피해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시민의 모임을 구성하는 등 활동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인천지부 신숙영 전문상담위원은 “후원금으로만 운영돼 지부 운영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회원 모두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으로 찾아온 많은 분에게 조금이나마 삶의 희망을 줬다는 데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032-875-1361∼2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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