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07>我且非我, 何憂子財

  • 입력 2007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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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스님이 산길을 걸어갔다. 제자 스님이 배가 고파서 도저히 걷지 못하겠다고 했다. 두 스님이 고개를 넘자 그들 앞에 참외밭이 나타났다. 스승 스님은 제자 스님에게 저기 가서 참외를 몇 개 따오라고 했다. 워낙 배가 고팠던 제자 스님은 주인 모르게 숨어들어 참외를 땄다. 그 순간 스승 스님이 ‘도둑이야!’라고 외쳤다. 주인이 달려 나오자, 제자 스님은 죽어라고 뛰어 달아났다.

두 스님은 한참 후에야 서로 만났다. 스승 스님이 물었다. “조금 전에는 배가 고파서 한 걸음도 걷지 못하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잘도 달리는구나. 조금 전의 네가 너이더냐, 아니면 잘도 달리는 지금의 네가 너이더냐?”

나는 참된 나를 모른다. 더러는 선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더러는 거짓을 생각하기도 한다. 더러는 선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더러는 거짓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어떤 내가 진정한 나의 모습인가?

法句經(법구경)에는 我且非我(아차비아), 何憂子財(하우자재)라는 말씀이 있다. 我는 나라는 뜻이고, 且는 또한이라는 뜻이며, 非는 아니다라는 뜻이다. 何는 어찌, 무슨이라는 뜻이다. 何必(하필)은 어찌하여 필히라는 말이며, 何故(하고)는 무슨 이유라는 말이다. 子는 아들, 자손이라는 뜻이며, 財는 재물이나 재산이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我且非我, 何憂子財는 내가 또한 내가 아닌데, 어찌하여 자식과 재산을 걱정하는가라는 말이 된다.

부모의 모든 걱정은 자식에게로 몰린다. 그러나 자식의 생애는 철저하게 자식의 몫이다. 재물도 자기에게 주어진 몫이 있다. 자기 몫 이상의 재물은 禍가 되거나 어느 날 소리 없이 나가버린다. 모든 걱정을 털어내고 진실한 자아를 찾아보라. 자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그런 자기가 어떻게 다른 것을 걱정하는가? 이것이 法句經의 가르침이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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