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은 대통령 재임시절인 1996년 광주 지하철 1호선 기공식 참석이후 11년 만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40분경 한나라당 김무성, 정의화, 이경재, 김기현 의원과 오정소 전 국가보훈처장 등 20여 명과 함께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그는 방명록에 '自由(자유)·正義(정의)·眞實(진실)'이라고 적은 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5·18단체 회원 100여 명의 환영을 받으며 추모탑 앞에서 헌화, 분향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묘지 마당에 금목서를 기념식수를 했다.
금목서 바로 옆에는 지난해 6월 노벨평화상 수상자 광주정상회의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이 심은 소나무가 있다.
그는 5·18 단체 회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5·18묘지관리소장의 안내를 받아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숨진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묘지 등을 둘러본 뒤 5·18 희생자 영정과 위패가 있는 유영봉안소를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은 "더 일찍 왔어야 하는데 여건이 여의치 않았다"면서 "묘지 조성 당시 토지매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둘러보니 전국에서 가장 잘 정비돼 있는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참배를 마친 김 전 대통령은 남구 프라도호텔 2층 연회실에서 5·18단체 회원들과 오찬을 한 뒤 이홍길 5·18기념재단이사장으로부터 '재임 당시 5·18 특별법 제정, 국립묘지 승격 등이 이뤄진 데 대해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패를 받았다.
그는 "5·18묘지를 둘러보며 너무 가슴이 아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목이 메었다"며 "민주주의를 최고 가치로 살아온 만큼 희생자와 동지들을 누구보다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두환 노태우 정권은 5·18의 진실을 땅에 묻으려고 애를 썼지만 진실은 밝혀졌다"며 "특별법 제정은 정의와 진실을 위한 결단이었고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할 때 다시는 이 땅에 정치적인 밤이 오게 해서 안 된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관 전시실과 5·18기념재단을 방문한 뒤 상경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이 5·18묘지를 참배할 때 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남총련) 소속 대학생 50여 명이 방문 반대 피켓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이 저지해 충돌은 없었다.
앞서 광주전남진보연대와 민주노총 광주본부 등은 21일 "5·18특별법 제정과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은 김 전 대통령의 공적이 아니라 지역민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줄기차게 요구한 결과"라며 "감사패 증정은 5월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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