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휘자 황원구 씨 23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서 강의식 콘서트

  • 입력 2007년 5월 22일 0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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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습니까. 클래식음악도 ‘아는 만큼 들린다’고 할 수 있죠. 지역 주민들이 클래식음악에 대해 깊이 있고 폭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돼 주고 싶어요.”

지휘자 황원구(42) 씨가 23일 오후 7시 반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강의식 콘서트인 ‘지휘자 황원구와 함께 떠나는 실내악 여행’을 연다.

그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청중에게 강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이 콘서트는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다. 이 연주회에서 그는 연주 중간에 각 곡의 특징과 곡의 유래, 연주에 동원되는 악기 등을 자세하게 설명할 예정.

지역 연주단체인 ‘필하모니 쏘싸이어티’ 단원 21명이 그와 함께 무대에 올라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헨델의 ‘두 대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소나타’,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등을 들려준다.

그는 7월부터 지역의 주부를 대상으로 이 같은 강의식 콘서트를 매월 둘째 주 화요일마다 열 계획이다. 이 콘서트에는 지역의 보육원 어린이들도 함께 초청된다.

그는 “15년 전 대구시내의 한 작은 음악감상실에서 음반을 들으면서 키워 온 ‘클래식강좌’ 진행의 꿈을 마침내 이루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1987년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매료된 클래식음악에 대한 열정을 살리기 위해 ‘순탄한 삶’을 포기했다.

부모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공대 졸업 후 경북대 음대에 편입한 그는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했다.

대학원 졸업 후 대구시내에서 음악감상실인 ‘객석’을 운영하기도 한 그는 1995년부터 1년가량 공연기획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실패해 빚더미 위에 앉게 된다.

그는 제2의 음악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1999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음대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7년간 지휘 공부를 한 뒤 지난해 1월 귀국해 지역의 주목받는 지휘자로 떠올랐다.

그는 “유학생활 중 새벽 신문배달과 슈퍼마켓 청소 등 온갖 궂은일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다”며 “젊은 시절의 고생은 인생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개막작인 ‘불의 혼’을 지휘하기도 한 그는 지역 출신 30, 40대 연주자들과 함께 ‘필하모니 쏘싸이어티’를 결성해 클래식음악 보급에 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주목받는 지휘자로서의 영예를 얻는 것보다 클래식음악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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