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기술유출 ‘테러’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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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이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의 원천기술을 미국으로 빼돌리려 한 포스데이타 전현직 연구원 4명이 검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미국에 차린 회사에서 와이브로 기술을 완성한 뒤 미국 업체에 팔아넘길 계획이었다. 언제 어디서건, 이동 중에도 인터넷 사용을 가능하게 해 주는 와이브로 기술을 개발했다고 온 국민이 기뻐한 게 엊그제다. 15조 원 가치의 기술을 제대로 팔아 보기도 전에 도둑맞을 뻔했다니 아찔하다.

▷루이스 프리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냉전 이후 미국 국가안보에 가장 큰 위협은 산업스파이”라고 했는데 우리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얼마 전 기아자동차에선 22조 원 규모의 자동차 기술을 훔쳐 가려 했던 전현 직원 7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유출될 뻔했던 첨단기술의 가치는 10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어 기술경쟁력으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이보다 더한 안보 위협이 없는 셈이다. ‘산업스파이는 테러’라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세계 주요국들 역시 산업기술 유출을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미국은 산업스파이를 연방정부가 직접 수사하며 개인의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달러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내놓은 ‘2005 국가방첩전략’은 첨단기술 보호를 방첩기관의 주된 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기술이 가장 많이 유출되는 중국도 2003년 제정된 국가안전법에 따라 산업기밀 누설자를 중형으로 다스린다.

▷국내에서도 국가 핵심 기술을 해외에 이전할 때는 국가의 승인을 받도록 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산업스파이에게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지만 수조 원짜리 기술을 유출한 매국노(賣國奴)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도 나온다. 법적 처벌만으로 산업스파이를 막기엔 한계가 있다. 기업들도 보안투자를 늘려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기업의 보안관리 상담도 해 준다. 전화는 국번 없이 111.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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