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테로이드 먹은 햇볕정책, 한미관계 해친다”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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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9일 공개한 한미 관계 보고서에서 고위 민주당 의원 보좌관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지금과 같은 대북(對北) 인식과 정책을 유지한다면 한미 관계는 10년 뒤 붕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좌관은 한국의 대북 정책을 ‘스테로이드 먹은 햇볕정책’이라고 표현했다. 비록 의원 보좌관의 말이긴 하지만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경고다.

이 보고서는 대다수 미 의회 관계자들이 한미동맹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미 의회의 한국에 대한 무관심과 이해 부족,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문제점을 뼈아프게 집어냈다.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 과정에서 미 의회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너무 관대하고 순진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고 질타했다. 북과의 대화에 우호적인 인사들도 노무현 대통령의 일방적 대북 접근에는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북의 핵 개발에도 불구하고 대북 퍼 주기를 지속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미 의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북이 달라는 대로 주고 문제를 해결해도 남는 장사”라는 노 대통령의 말도 순진하고 위험한 인식으로 비칠 수 있다. 남북 관계의 과속에 대해 미 행정부가 보인 우려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정부의 일방적 대북 포용정책이 한미 관계를 해칠 것이라는 경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의 일부 한국 전문가들은 현 정권의 친북(親北) 정책과 ‘자주’ 코드를 앞세운 탈미(脫美) 정책으로 한미 관계가 ‘이혼 직전’이라고 표현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한미 관계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식의 말만 되풀이한다. 인식의 심각한 괴리가 아닐 수 없다.

대북 문제로 한미 관계가 위험에 빠지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곧 우리가 핵을 가진 북 앞에 벌거벗은 채로 서고, 강대국의 각축장인 동북아에서 외톨이 신세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양국 정부 간에 미래에 대한 깊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CSIS 보고서의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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