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이력서에 ‘거물’ 이름을 올려라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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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요 인사와 만나기로 했었는데 서로 일정 조정이 안 돼서… 그러면 국내 정치 현안도 많은데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19일 낮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대선 캠프는 21일 출발 예정이던 5박 6일 일정의 미국 방문계획을 이틀 앞두고 취소하게 됐다는 전화를 담당 기자들에게 걸었다. 언론사들은 이미 항공료 등 경비를 입금한 상태였다.》

▽국내정치용 외국 출장?=대선이 다가오면서 외국을 방문해 주요 인사를 면담하려는 대선주자 캠프의 노력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을 방문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고위 인사를 만나는 것은 ‘국내정치용’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사례에서 보듯 대선주자의 노력이 모두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만나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때 콘돌리자 라이스(사진) 국무장관과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연방정부 장관이 된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을 만났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지난해 11∼12월 미국 방문 당시 힐러리 의원 면담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이 공화당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과의 인연을 통해 민주당 소속인 힐러리 의원을 만나려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은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을 만났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올해 초부터 러시아 방문과 블리디미르 푸틴 대통령 면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 창구 역할을 했던 인사의 개인 사정으로 방문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나기만 하면 뭐하나”=외국 주요 인사를 만나기 위한 각 캠프의 노력도 다양하다.

이 전 시장 측은 “만나려는 인사가 소속된 단체를 통해 접근하는 걸 선호하며, 현지 기업인들의 협조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도에서 압둘 칼람 대통령을 만날 때에는 국내 모 대학 교수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주요 외국 인사들과 많이 만난 박 전 대표는 당 대표를 지내며 해외 네트워크를 잘 구축했고 고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 전 의장 측은 “미국 외교안보통과 만날 때 정 전 의장이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최근 만나 5시간 가까이 이야기한 북한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외교전문가들은 “주요 국가의 고위 인사일수록 ‘개인 채널’보다는 ‘당신이 왜 나를 만나야 하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권주자들의 외국행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 외교전문가는 “미국은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한다. 내용도 없이 만나기만 하면 뭐하나”라고 꼬집었다.

당의장 시절부터 외국을 방문하지 않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은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반복하기 위해 과시적인 해외 출장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추진 중인 외국 출장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후보 시절 대선 주자들의 외국행을 비꼬며 “(나는) 사진이나 찍으러 미국에 가지는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요 대선주자들의 최근 외국 방문 사례
주자방문국일정주요 면담 인사
이명박인도, 두바이2007년 4월 9∼15일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막툼 두바이 수장
박근혜미국2007년 2월 11∼19일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일레인 차오 노동장관
정동영중국2006년 12월 4∼6일탕자쉬안 외교담당 국무위원다이빙궈 외교부 상무부부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사 퇴임(2006년 6월) 이후, 김근태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 퇴임(2006년 1월) 이후 외국을 방문한 사례가 없음.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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