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돌아온 유시민’ 촉각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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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격 사의를 표명한 뒤 회의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격 사의를 표명한 뒤 회의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柳복지, 盧대통령 ‘대세 수용’ 발언 이틀뒤 전격 사퇴

‘마이웨이 시동?’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사의 표명과 함께 열린우리당 복귀를 선언하고 나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당 사수 성향이 강한 유 장관의 존재 자체가 범여권 통합 작업에 미칠 파장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20일 저녁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유 장관은 지난주 말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주초에 사의를 표명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유 장관은 21일 기자회견에서 “내 본뜻과 다르게 당에 복귀한다느니 하는 (정치적) 공세가 있고 지난 번(4월 6일) 사퇴 표명으로 복지부 직원들의 업무가 불안정해지는 점도 있다”며 사의 표명 이유를 밝혔다. 또 “대통령께 장관직 사의 수용을 간곡하게 강력하게 청을 드렸다”며 “아직 확답은 못 들었으나 이번에는 받아들이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의를 수용키로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유 장관이 노 대통령이 사의 수락 여부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독자적 판단으로 당 복귀를 ‘공개’ 표명했을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이 19일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의지만, 대세를 잃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밝힌 직후 유 장관이 당 복귀를 선언한 것은 뭔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열린우리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지금이 적기(適期)라고 본 듯하다. 노 대통령이 대세의 불가피성을 언급하며 대통합으로 선회하는 듯한 상황에서 자신이 ‘대의’ 부분을 꿰차려 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범여권 진로 문제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닥이 잡히면 자신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유 장관은 아주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유 장관의 특별한 관계로 볼 때 두 사람이 이심전심으로 노무현 정부의 발전적 계승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협업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범여권의 각 정파는 유 장관의 복귀가 통합 논의 및 향후 대선구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유 장관은 회견에서 대선 출마에 대해 “대통령에 나갈 수 있는 피선거권은 있으나 그런 권리가 있다고 해서 아무나 도전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통령을 목표로 정치를 한 적이 없다. 법적인 자격만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대선 출마 결심을 하거나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일등 항해사 구실을 했던 승무원으로서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하는 게 당연한 도리”라며 ‘선(先) 당 해체’ 반대를 시사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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