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경제현안 특별인터뷰 요지

  • 입력 2007년 5월 2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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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매일경제신문·MBN과 특별 회견을 통해 부동산 문제 등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회견은 16일 오후 청와대 경내의 전통한옥인 상춘재에서 2시간동안 진행됐으며, 노 대통령은 경제 관련 질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답변하는 등 경제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회견에 들어가기 앞서 인사말을 통해 "아무래도 올해는 선거가 있어 온 나라가 아주 들썩들썩할 그런 해인데, 그런 때일수록 국정이 흔들리기 쉽다"며 안정적 국정 운영이 임기말 최대 목표라고 밝혔다.

다음은 노 대통령과의 문답 내용을 주제별로 압축, 정리한 것.

◇참여정부 경제평가

-경제 현실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나. 또 4년간 경제성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경제가 위기다, 파탄이다 이런 얘기를 할 때에는 과거의 정부나 지금 다른 나라 정부들과 비교를 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파탄이라는 말은 좀 심하지 않느냐, 아무리 정치적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좀 책임이 없는 표현 아니냐.

위기론이라는 것은 때때로 필요한 경고이고 적절한 경고는 필요한데, 지나치게 되었을 때는 국민경제에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든지 국민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파탄, 위기 이런 용어의 사용에 대해 우리가 조금 더 냉정하고 신중해졌으면 좋겠다.

경제는 장기, 중기, 단기의 정책에 의해 전체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저는 감히 자신 있게 경제 환경을 개선하는 데 결정적으로 참여정부가 기여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다. 기업, 정부 또는 소비자를 포함한 각 경제 주체들의 경제 전략이 지금 가장 건전하게 가고 있지 않냐, 바르게 가고 있지 않느냐.

-성장률 4% 내지 5% 정도는 너무 낮은 것 아니냐. 그래서 일부 야당 후보들 중에서는 다음 임기 중 7% 성장을 공약했다.

▲성장률 공약은 가급적이면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빨리 잊어버리면 좋겠다. 성장률 공약을 하면 자연히 목표를 높게 잡게 되어 있고, 그 공약에 매달리다 보면 결국 무리한 경제정책을 쓰게 되고, 그것은 그 정부 후반기 아니면 그 다음 정부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경제 성장률이 아주 높았던 정부는 노태우 정부인데, 그때 경제정책이 아주 잘 되었다고 보느냐.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성장률도 아주 높았으나 뒤에 과잉 투자가 되어서 외환위기를, 감당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약점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경제를 보다 더 좀 근본적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계량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책임 있는 자세이지만 어떻게 보면 대단히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자세일 수도 있다. 차라리 경제 환경을 이렇게 개선하겠다, 경제 체질을 이렇게 바꾸어 나가겠다고 해야 한다.

-경제구조가 제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데, 금융을 키우는 초석을 놓고 가야 되는 것 아닌가?

▲실제로 보면 (금융산업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민의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관치경제의 악습을 완전히 끊어냈고, 확실하게 금융 자율성을 우리가 확립했다.

제조업 가지고는 3만, 4만 달러 가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세계최고 수준의 경제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금융이 맨 선두에 서고, 그 다음에 기업지원 서비스,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이 서고, 그 밖에 고급의 서비스 산업들이 첨단으로 가야 비로소 일류 경제가 될 수 있다. 그쪽에 우리가 집중하고 있다.

◇양극화·국민연금·청년실업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하위 20%의 8.5배나 된다. 양극화 대책은…?

▲참여정부만큼 이 문제를 가장 자주 얘기하고, 정면으로 올려놓고 문제 해결을 위한 많은 정책을 내놓은 정부도 아마 없을 것이다.

양극화가 생기긴 했지만 아래 계층이 아래로 더 떨어진 게 아니라 아래 계층보다 위의 계층이 좀 많이 올라가서 그렇다. 그 점도 오해가 없기 바란다. 참여정부 와서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2003년, 2004년 2년간에는 더 나빠졌지만, 그 이후 점차 2003년 수준으로 다시 회복되고 있다. 가처분 소득으로 보고 얘기한다면 참여정부에서 소득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가장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양극화 해소에는 참여정부가 가장 많은 노력을 한 것이 이미 성과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러므로 별 문제 없다. 여기서 만족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점에서 정부의 역할도 더 많아져야 한다.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통합법에 대해 리더십을 잘 발휘해 어떻게든 통과시켜야 한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이런 법들이 잘 통과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파적 이해관계가 없고 효율성, 합리성을 지향하는 기술적인 법들이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가장 좋은 리더십은 명분 있는 일을 하는 것,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에서 제안했던 정책이 좌절된 것은 거의 없다. 거의 다 통과됐는데 명분 있는 정책만 했기 때문 아니겠느냐. 안 하면 안 되는 정책만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

-일본은 1분기에 대학생 96%가 취업을 했다, 우리는 청년 실업자가 전체 실업자의 40%, 35만명에 달한다.

▲수요.공급이 안 맞은 데서부터 비롯되는 것 아니겠느냐. 대학진학률은 일본이48%, 미국이 67% 정도인데 한국은 83%니까 공급 과잉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300인 이하의 중소기업에서 모자라는 사람이 19만5000명, 약 20만 명이다. 35만 명 실업자가 있는데 19만 명이 부족하니까 수요·공급의 불일치다.

대학 교육도 변화시켜 나가고, 학생들이 취업 경험을 통해서 눈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 하고, 실제 취업 알선이나 새로운 교육 훈련도 정부에서 제공하는 등 중장기 계획을 여러 가지로 세워서 추진해 나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의 체질이 강건해서 지속적으로 성장을 계속해 가는 것이다.

◇부동산

-이제 바닥이 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부동산은 하향 안정 수준으로 조금 길게 가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이고, 목표도 그렇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을 하면서 과장 때문에 가장 힘들었다. 예를 들면 존재할 수 없음에도 항상 '부동산은 불패다'라는 과장된 생각이 실제로 부동산을 진짜 불패 비슷하게 부동산 투기를 아주 강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다. 조금 내릴 때 우려를 너무 과장되게 하는 바람에 실제로 부동산 정책이 굉장히 흔들리게 되는 경향도 있다. 이제 시장을 아주 냉정하고 정확하게 바라보고 중립적으로 보고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부동산 금융을 굉장히 안정되게 운영해서 금융 시스템에 큰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 서민 금융시장에 대해 하나하나 점검을 하고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아마 그로 인해 무슨 큰 피해를 보거나 경제가 어려워지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양도세나 거래세 부담이 너무 커서 팔지도 못하는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양도세를 조금 경감시키거나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91년 1억8000만원 주고 강남에 아파트를 샀던 사람이 금년 2월에 11억 받고 집을 팔았다고 하면 9억이 남는다. 그때 양도세 40%이면 3억6000만원 나와야 되는데 실제로 6800만원, 세율로 7.5%이다.

그것 때문에 '집을 못 판다'고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세금이라고 내본 일이 없는 사람들의 알레르기 반응이다. 전문가들도 최고 세율만 생각하는데, 정부가 그렇게 무작스럽게 정책을 안 한다. 그리고 다른 데로 이사 가면, 그 집 한 채 팔면은 두 채 살 수 있다.

종부세 얘기인데, 그만한 집에 사시는 분들은 근로소득 말고도 여러 가지 자산소득이나 잡소득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종부세 그 분들 숫자가 얼마 안 된다. 1가구 1주택 가지고 있으면서 65세 이상 되는 사람이 1만5000명 정도 되는데 해당되는 사람이 1%도 안 된다.

어떤 대통령 후보든 이런 것을 알고는 여기에 대해서 무슨 얘기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만일에 이런 상황을 알고도 어떤 대통령이 '양도소득세 깎아 준다, 종부세 깎아 준다'라고 공약한다면 그 사람은 '1% 대통령'이다. 많아야 '4% 대통령'이다.

예를 들면 6억 이상 주택을 가지고 있어 종부세에 걸리는 사람들이 전체 다 해서 약 4%니까 '4% 대통령'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4%라도 죽어가는 4%가 아니고 그래도 국민들 중에는 가장 넉넉한 그 4%를 위해서 세금을 깎아 주겠다고 공약하는 대통령, 아마 우리 국민들이 정확하게 사실을 이해한다면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될 수 있겠는가. 나는 누가 그런 공약을 했는지 모르지만 아주 공약을 신중하게 해야 된다. 그렇게 충고드리고 싶다.

-다주택자들이 그런 공약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는 과세 부담이 줄어들지 않겠나 해서 버티기를 한다.

▲실효성도 없는 공약을 가지고 부동산에 대한 그런 어떤 이상한 기대 심리를 만들어 내게 되면, 그야말로 국가 경제와 국민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다. 정말 (공약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하여튼 부동산 문제는 제발 좀 건드리지 말고 넘어가 주면 좋겠다. 본인 스스로를 위해서 그래야 한다.

-부동산 주거 문제와 관련해 공공부문 확대를 강조했는데…?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어느 정도 이제 체제를 갖추어 놨기 때문에 이제는 주거 복지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자는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 장애가 생길 경우에 민간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공공 부문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강력하다. 그래서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았고, 올해부터 시범사업 들어가는데 자꾸 뒤로 끌린다. 참여정부에서 좋은 일 하는 것이 조금은 선거에 불리하다고 본 것 아니냐, 그래서 가급적이면 좋은 사업은 다음 정부 때부터 하게 해 놓는 게 좋겠다, 자꾸 이런 의심이 들기도 한다.

◇FTA

-한·미 FTA 협상을 끝까지 지원하고 버틴 배경은. 그로 인해 우리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나?

▲중요한 것은 안 할 수 없다는 것,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뒤로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중국하고 FTA도 불가피한 것 같다. 왜 중국하고 먼저 하지 않았냐'고 지적하는데, 사실은 중국과 FTA를 하게 됐을 땐 우리 농업에 아주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대책이 필요한데 지금 상태론 어렵다. 그래서 중국과 FTA를 하기 전에 미국과의 FTA를 통해서 농업 구조조정을 지금 단단하게 좀 해 놓고 그 다음에 중국과 FTA 가야 한다.

그럼에도 한미 FTA로 손해를 보는 사람은 본다. 그러나 손해를 보는 사람은 10%이하이고, 이익을 보는 사람은 국민의 90% 이상이다. 그리고 손해 보는 사람들에게 그냥 손해 보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정책이다.

-앞으로 대선, 총선이 있다. 국회 비준을 위해 구상이 있다면…?

▲금년에 비준이 되는 것이 좋다. 선거가 있는 해여서 국회의 각 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된다. 정치든 언론이든, 또 찬성이든 반대든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실을 가지고, 그리고 사리에 맞게 토론하자. 전혀 근거 없는 사실 가지고 터무니없는 논리를 끌어들여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해선 안된다. 더욱이 FTA는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자꾸 어떤 사상적인 이념적인, 어떤 대결의 수단으로 끌어 넣을려고 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닌 것 같다. 국민들이 모두 책임 있게 냉정하고 차분하게 이 문제를 풀어 나간다면 비준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노사관계

-노사관계에 대해 올해 어떤 정책을 펼 것인가?

▲가장 기업하기 좋은 노동환경, 가장 경쟁력 있는 노동환경은 노동자가 무조건 낮은 임금으로, 또 까다로운 요구 하지 않고 파업도 없이 그렇게 기계처럼 일해주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노동자가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자기의 미래에 대해 기대와 희망을 갖고 의욕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나라라야, 그런 기업이라야 요즘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

지난날 정말 기업도 정부도 감당하기 힘들었던 노동자들의 대투쟁,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타협하지 않는 투쟁이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원인을 누가 제공했느냐에 대해 우리가 한번 스스로 반성적으로 돌아보고, 다시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경제인들도 아주 전향적으로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말하자면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라는 것이다. 우리도 노동자들 열심히 또 설득하고 그렇게 해 나가겠다.

◇민주복지국가론

-최근 거론한 민주복지 국가론의 실체가 궁금하다.

▲민주주의의 수준이 더 높은 수준으로 향상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바로 사회적 자본이라고 말하는 신뢰와 통합, 그리고 갈등의 극복이고, 또 그런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발전을 하나의 국가 발전의 전략으로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복지는 그저 생산성 없는 분배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고, 생산과 분배는 서로 배치되는 것,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은 별도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이제 이것은 맞지 않다는 이론이 이미 세계적으로 확립돼 있다. 어떻든 민주주의의 성숙은 아주 중요한 국가 전략이고, 그 다음에 복지 사회 투자를 훨씬 더 늘리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 이것이 국가 발전의 중요한 전략이다.

◇균형발전 전략

-2단계 균형발전 계획의 내용과 발표 시기는…?

▲적어도 지역을 제일 낮은 지역, 중간 지역 등 서너 단계 정도로 나누어 아주 낙후되고 어려운 곳일수록, 그 곳으로 기업이 가거나, 또 분산 효과가 높은 그런 지역으로 가게 됐을 때는 기업의 비용을 훨씬 줄여주는, 그래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한번 해 보자는 것이다.

기업도시뿐만이 아니고 전국의 지방을 그런 환경으로 만들어 나가는 계획을 세우자고 해서 지금 다듬어 가고 있다. 6월경 다시 보고를 받을려고 하고 금년에 국회법안까지 제출할 생각이다.

◇개성공단

-개성공단에 대해선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이 중요하다.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사실 제 임기 동안에도 개성공단의 속도를 아주 빠르게 내지 못했고 지체가 됐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쉽다. 북핵문제는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신뢰를 축적하고 대화를 계속해 나가면 해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정치적 부담이라든지 진행 과정의 문제점이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결국 속도를 좀 늦추었다.

투자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인데, 시장의 일반적 불확실성과 개성공단의 정치적 이유의 불확실성을 비교해 보면, 개성공단이 훨씬 낮다. 실제 통일 비용도 줄일 수 있지만, 그 불확실성으로부터 비롯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비용, 국가 신인도가 떨어진다든지 하는 이런 비용도 확실하게 줄여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개성공단은 어떻든 우리가 자신감을 가지고 한번 투자해 볼 만한 사업이다.

이제 북핵 문제도, 6자회담도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고, 해결되는 대로 우리가 최선을 다해 아주 빠른 속도로 확대해 나가야 된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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