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에 평생 모은 20억 쾌척한 할머니

  • 입력 2007년 5월 21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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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평생 홀로 살면서 번 20여 억원을 이 학교에 기부한 조명덕(74) 할머니의 흉상 제막식이 열린 것.

조 할머니는 지난 달 9일 한국외대를 찾아 법대 학생들과 학교의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서울 시내에 위치한 14억 원 상당의 땅을 기부했다.

조 할머니는 평안도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남으로 피란, 한정식 집을 하며 억척같이 일해 30~40대에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공부해야 할 때 공부하지 못한 한이 남았다. 조 할머니는 젊은 시절 자신이 살던 인근 학교 교문 앞에 서서 한참 운 적도 많았다.

그러던 조 할머니와 한국외대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헌법학자 이강혁(72) 당시 총장과 알게 되면서부터. 조 할머니는 법을 몰라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상가건물을 날릴 위기에 몰렸지만 이 총장의 도움으로 재산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를 고맙게 여긴 조 할머니는 보답으로 1993년부터 매년 3000만 원을 이 학교 법대 학생들에게 기부해 왔다. 1999년에는 장학금 및 발전기금으로 3억 원의 뭉칫돈을 기탁했다.

90학번으로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고시에 합격,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박병주 씨는 "할머니가 어려운 형편에 고시 공부하는 학생들을 불러 밥과 고기도 사주고 오페라도 보여줬다"며 "요즘에도 가끔 식사 대접을 하려고 하면 한사코 당신이 먼저 계산해 버리신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명절 때 안부전화하고 시간 날 때 찾아보는 것으로 보답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외대는 조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지난 4월 20일 신축 개관한 법학관에 '조명덕 홀'을 개관하고 조 할머니의 부조 흉상을 홀 정문 앞에 설치했으며 21일 제막식을 가졌다. 이날 제막식에는 할머니의 도움을 받은 법조인들과 법대 교직원 및 학생 150여 명이 모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현지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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