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6년 日아베 사다, 애인살해 혐의 체포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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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5월 21일 일본 도쿄(東京) 시나가와(品川)의 한 여관.

아베 사다(阿部定)는 막 목욕을 마치고 나와 맥주를 두어 잔 들이켜고는 펜을 집어 들었다. 며칠 전 하늘나라로 간 그녀의 애인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서였다.

경찰이 들이닥친 것은 그때였다. 형사의 용건이 무엇인지 아베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당시 일본 열도를 한바탕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제가 아베 사다입니다. 절 찾고 계셨죠?”

3일 전 아베는 자신의 정부(情夫)인 이시다 기치조(石田吉藏)를 살해했다. 술에 수면제를 타서 마시게 한 뒤 목을 졸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죽은 애인의 ‘국부’를 잘라낸 뒤 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핏물로 침대 시트에 이렇게 썼다.

‘사다와 기치조, 우리는 영원히 함께했다.’

언론들은 ‘아베 사다의 패닉’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범행 동기를 진술하는 그녀는 너무나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를 몹시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린 결코 부부가 될 수 없었죠. 내가 그를 죽인다면 다른 어떤 여자도 다시는 그를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베의 학력은 초등학교가 전부였다. 14세 때 동네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 후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삐뚤어진 딸을 보다 못한 아버지는 아베를 일찌감치 사창가로 팔아넘겼다.

10년 넘게 매춘을 하다 우연히 만난 이시다는 아베에게 ‘일생 단 한 번의 사랑’이었지만 그에게는 이미 가정이 있었다. 이시다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없었던 그녀는 ‘남자를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살인을 선택한 것이었다.

일본인들은 아베를 동정했다. 일부 학자는 “아베의 불우하고 절망적인 인생이 사건의 원인”이라며 심지어 “그녀의 살인은 죄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법원에서 6년형을 받은 그녀는 5년 뒤인 1941년 사면됐다.

아베의 스토리는 사다이즘(Sada-ism)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으며 많은 영화와 소설의 소재로 쓰였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76년 제작된 영화 ‘감각의 제국’이다.

또 지금까지 일본에서 50건이 넘는 유사 범죄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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