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DJ, 범여 통합 촉구 ‘쌍끌이 메시지’?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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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의지만, 대세를 잃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노무현 대통령)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하고 그렇게 판단해야 한다.”(김대중 전 대통령)

두 전현직 대통령이 19일 공교롭게도 범여권의 통합을 촉구하는 듯한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

발언의 맥락이나 뉘앙스에는 차이가 있지만, 범여권 진영의 양대 뿌리이자 기둥인 두 사람이 통합 방식과 지향점에 대해 일정 부분 ‘교집합’을 형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주목된다.

▽‘통합’ 메시지=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전남 담양의 한 온천 리조트에서 하룻밤을 묵고 19일 무등산을 등반한 노 대통령은 시민과 지지자를 대상으로 약 40분간 한 즉석 연설에서 “내가 속한 조직의 대세를 거역하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국지사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치는 다르다. 배를 모는 선장은 폭풍우가 몰아치면 돌아가거나 배를 잠시 피신시켜야 한다”며 “작년 말 내가 지역주의 통합이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한 것은 지금도 대의다. 그러나 그 이유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분열되고 깨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2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때 당이 절차를 밟아서 규칙에 따라 통합을 한다면 그 결과는 무엇이든지 따르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7박 8일 일정의 독일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중도개혁신당 통합추진위원장인 신국환 의원 등 환영객들과 간담회를 하고 “좌우간 내가 바라는 것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신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 협상을 시작한다. (협상대표인) 민주당 최인기 의원과 잘 논의해 빨리 결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이번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관심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동안 “국민이 바라는 것은 양당제도일 것이다”라며 여러 차례 범여권 진영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적극적 추진론? 소극적 수용론?=두 사람이 동시에 던진 메시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선 한나라당이 경선 룰 문제를 놓고 분당(分黨) 직전까지 갔다가 수습된 상황에서 범여권 진영도 한나라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 구도를 구축하려면 대통합밖에는 길이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통합의 울타리’ 역을 자임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종전 발언의 궤적으로 보면 김 전 대통령이 ‘적극적 추진론’에 가깝다면 노 대통령은 ‘소극적 수용론’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이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의 대세론은 2002년 대선 때 당시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요구를 받고 처음에는 대의를 강조해 “정 후보와 나는 뿌리가 다르다. 단일화 대상이 아니다”고 버텼다가 막판에 “정권 재창출에 대한 열망을 바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며 단일화 요구를 수용했던 것과 흡사하다는 것.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광주에서, 그것도 지지자들을 향해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우리의 대의를 계속 얘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범여권 진영은 각자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평화민주개혁세력이 분열하지 말고 대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박상천 대표의 특정그룹 배제론 및 ‘소(小)통합’ 추진을 비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극히 원론적인 말인데 이것을 왜곡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중도개혁통합 정당 건설은 국민을 보고 정치하는 것이며 현재의 좌우이념 대립형의 한국 정당 구조를 중도와 보수가 양립하는 구도로 바꿔서 국민통합의 정치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대세 발언에 대해 “노 대통령이 드디어 지역주의에 굴복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협상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책략으로 풀이된다”고 비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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