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무수단 1호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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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對南) 군사전략은 속전속결이 기본이다. 미군 증원 병력이 도착하기 전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뜻이다. 평양-원산 이남에 지상군의 70%, 전투함의 60%, 전투기의 40%를 전진 배치해 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휴전선 인근에 집중 배치한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는 수도권 기습공격을 목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지난해 남북의 군사력 균형을 일약 비(非)대칭으로 바꿔 놓은 핵무기와 그 운반 수단인 미사일이다.

▷북은 최근 핵과 미사일 개발에 거침없는 행보를 해왔다. 북핵 6자회담의 2·13합의 내용 실천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미사일에선 소문 없이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를 자랑이라도 하듯 지난달 25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서 ‘무수단 1호’라는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선보였다는 미국 정보당국자의 증언이 나왔다. 퍼레이드에 미사일이 대거 등장한 것은 15년 만이다.

▷무수단 1호는 미사일 발사장이 있는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지명을 따라 미 당국이 붙인 이름이다. 사거리 3200km 이상인 이 미사일은 이미 2003년에 실전 배치됐다. 남한과 일본을 포함해 미국 알래스카와 괌까지 공격권에 들어 있다. 1998년 시험발사에 실패했던 ‘대포동 1호’(2500km)보다는 사거리가 길고, 작년 7월 첫 시험 발사한 ‘대포동 2호’(6700km)보다는 짧다. 1970년대 초 옛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로 자체 개발을 시작한 이래 최대의 성과다.

▷1998년 ‘노동’ 미사일(사거리 1300km)을 처음 배치한 북으로선 미사일이 군사력일 뿐만 아니라 큰 ‘수출산업’이기도 하다. 2002∼2005년 4년 동안 평균 30억 원짜리 40기를 수출해 1200억 원을 벌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남한의 미사일 전력은 보잘것없다. 최근 개발에 성공했다는 사거리 1000km의 크루즈 미사일 정도로는 핵 억지력이 못 될 뿐 아니라 장-중거리 미사일에도 대항할 수 없다는 고민이 있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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