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문]높아진 출산율 ‘희망 한국’ 본다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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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가 45만2000여 명으로 2005년의 43만8000여 명에 비해 1만4000여 명(3.2%) 늘었다. 2000년에 새천년 베이비붐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1994년 이래 처음으로 늘어난 셈이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은 출생아)도 지난해 1.13명으로 2005년 1.08명보다 증가했다.

과연 국내 출산율이 최저점을 지나 반등세로 돌아섰을까? 한 해의 변화로 출산율의 장기 추세를 정확히 판단하는 일은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저출산 현상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정책적 노력이 시작된 이후에 출산율이 처음 높아진 것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출산율 증가를 살펴보자.

우선 가임기 여성(15∼44세)의 초혼이 2004년 이래 처음으로 늘었다. 쌍춘년이라는 지난해에는 가임기 여성의 초혼이 예년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1∼3월에 결혼한 여성이 출산할 가능성이 높은 10∼12월 출생아 비율이 과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쌍춘년 효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미 결혼한 여성의 추가 출산도 증가했다. 둘째와 셋째의 출산이 2005년까지 감소세에서 지난해 증가세로 바뀌었다. 또 결혼 후 6년 이상 지나서 갖는 아이와 고령 초산(35∼39세 여성이 낳은 첫째아이)도 늘었다.

추가 출산과 고령출산 증가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부정적 효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정책적 노력이 본격화하면서 출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얼마 전만 해도 많은 아이를 갖는 데 대해 소극적이고 부정적이었던 인식이 변했다는 얘기다. 출산과 양육 관련제도를 개선되고 보육 인프라를 구축하자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와 기대도 높아졌다.

한국에서 저출산과 고령화는 정책적으로 중요한 현안이다.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전에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고, 인구고령화가 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되면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져올 문제는 노동력 부족과 사회보장 부담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구가 노인층과 중장년층이고 젊은이가 아주 적은 사회는 활기가 사라진다. 인구불균형 문제는 근본적으로 적정 수준의 출산율 회복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출산율이 다소 증가한 사실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저출산 현상이 아직 한국에 고착화되지 않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다. 출산율 증가를 계기로 출산과 자녀 양육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적 관심도 계속돼야 한다. 자녀출산과 양육은 인간 본연의 희망을 실현시키고, 더 나아가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더불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

김용문 한국보건사회 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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