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의료보험의 현장]<하>민영보험 비중 큰 미국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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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사들이 환자의 이상 부위를 촬영한 필름을 보며 토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1월부터 전 주민 건강보험을 추진해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에 나섰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의사들이 환자의 이상 부위를 촬영한 필름을 보며 토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1월부터 전 주민 건강보험을 추진해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에 나섰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의 건강보험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민간보험이 대부분이다. 노인과 저소득층을 빼면 대부분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료가 적지 않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만 4500만 명에 달한다. 최근 이런 미국 보험제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올 1월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취임한 영화배우 출신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650여만 명에 달하는 캘리포니아의 건강보험 미가입자를 포함해 모든 주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전 주민 건강보험(Universal Health Care)’을 제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이용갑 연구위원은 “민영 건강보험 중심의 미국 건강보험체계는 관리비용이 많아 의료비용을 증가시키는 등 비효율적”이라며 “이를 해결하고 의료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전 주민 건강보험을 처음 추진했다”고 말했다.

연간 120억 달러(약 11조1720억 원)가 투입되는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건강보험 개혁안은 보험회사와 의료계, 사업장 고용주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저소득층 보험료는 주정부가 부담하지만 종업원 10명 이상을 고용한 고용주와 개인들도 가입해 보험료와 세금 등으로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과 의사는 건강보험료로 각각 소득의 4%와 2%를 납부해야 하고 거둬들인 보험료의 85%는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 또 민영 건강보험회사는 병력이나 나이 등을 이유로 가입을 거부할 수 없다.

이런 시도에 대해 반발도 적지 않다.

피터 리 캘리포니아 블루크로스(민영 건강보험회사) 이사는 “주지사의 건강보험 개혁안에 따르면 의사들이 소득 중 2%를 건강보험료로 내야 하기 때문에 반발이 거세다”며 “이는 교육비의 부족분을 메우려고 교사들에게 교육세를 걷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 의사협회 등도 의사들이 소득의 일정 부분을 내놓지 않고 비용 일부를 떠넘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원을 마련할 방법을 찾도록 주 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교포 이성희(33·여) 씨는 “전 주민 건강보험은 막대한 재원 마련 때문에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아 주 의회 법안 통과를 아직까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이처럼 의료계의 반발에 부닥치면서도 복지정책을 확대하려는 것은 과다한 의료비용으로 일반인들이 생계에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의 건강보험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의료비용의 과잉 청구를 조정할 장치가 마땅하지 않다.

게다가 실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주 고객은 사원들의 건강보험료를 대납하는 대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비싼 건강보험료가 포함되면서 국가 경쟁력까지 잠식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보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차량 한 대를 팔면 이 중 1500달러를 노동자의 건강보험료로 부담할 정도다.

UCLA 보건정책연구원장 리처드 브라운 교수는 “의료비 증가분에서 공보험 증가폭이 작고 사보험 증가폭이 크다”며 “고객 유치에 여념이 없는 병원들은 의료비의 25∼35%를 마케팅 비용, 15% 정도를 관리 홍보비에 쓸 정도”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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