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제아 무어 vs 한국 반항아 김기덕

  • 입력 2007년 5월 20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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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열린 프랑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숨’ 시사회에 참석한 김기덕 감독과 대만 배우 장전, 한국 배우 박지아, 강인형(왼쪽부터). 외신도 ‘숨’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AFP 연합뉴스
19일 열린 프랑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숨’ 시사회에 참석한 김기덕 감독과 대만 배우 장전, 한국 배우 박지아, 강인형(왼쪽부터). 외신도 ‘숨’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는 19일 한국영화계의 반항아 김기덕 감독의 '숨'과 미국 영화계의 문제아 마이클 무어의 '시코'가 나란히 스크린에 올랐다. 늘 논쟁을 몰고 다니는 두 감독의 영화 시사회가 동시에 열리자 칸도 술렁거렸다.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김 감독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외면해온 한국 관객에 대한 절망보다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한 신뢰를 먼저 표시했다.

그는 시사회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영화의 매력은 스타일보다 진실성에 있고 스크린쿼터의 축소로 상황은 나빠졌으나 더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기회도 만났다"며 "영화인들이 스스로 자신과 싸운다면 한국영화의 진실성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숨'은 어린 시절 5분간 죽음을 경험한 가정주부가 감옥에서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 사형수에게 죽음이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파격적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내용이다.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들도 '숨' 시사회 소식과 함께 깊은 관심을 보였다.

김 감독은 "이 영화가 (영화를 통해 한국 사회와 소통하지 못한) 개인적 경험을 포함해 인간 관계에서 누구나 겪는 의사 소통의 어려움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영화가 세계영화계와 소통의 숨통을 텄기 때문에 자신의 영화와 같은 저예산영화가 국제무대에 초대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영화제 등을 통해 한국영화를 세계영화계에 알리려는 10여년의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영화가 현재의 위상에 이르렀습니다. 세계영화계가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그 진실성을 간파했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여러분을 흥분시킬 한국영화는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그는 팬을 자처하는 중국 유럽 러시아 기자들로부터 해외에서 영화를 제작하거나 규모가가 더 큰 영화를 만들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시나리오를 보내며 제의를 해왔지만 현지 정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며 "유럽이나 미국, 러시아가 아니라 해도 보편적 인간의 조건을 그려내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비경쟁부문에 선보인 무어 감독의 '시코'는 2004년 '화씨 911'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3년 만에 발표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미국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 영화는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900만 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무려 5000만 명이 보험료 부담 때문에 의료서비스망에서 배제된 실태를 폭로했다. 프랑스 영국 캐나다의 정부의료보험체계와 미국의 민영의료보험체계를 비교하며 미국인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의료서비스를 받는지를 꼬집는다.

무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서구문명국 중에서 가장 뒤떨어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바꾸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것이 미국의 체면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입담도 여전했다. 자신에 대한 안티세력이 늘어난 것에 대해선 "내 영화를 패러디한 영화가 11~12편은 될 것"이라며 "조만간 안티 마이클 무어 영화제를 조직해야할 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코'가 비경쟁부문에 출품된 이유를 묻자 "2004년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 '원 무어'(one more를 자신의 이름 one moore로 패러디해)라고 하면서 또 달라고 하란 말이냐"며 조크를 던졌다.

칸=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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