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기술 유출로 15조 피해입을 뻔

  • 입력 2007년 5월 20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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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휴대 인터넷 와이브로(WiBro)의 핵심 기술을 미국으로 빼돌리려 한 국내 정보통신(IT) 업체의 전·현직 연구원들이 검찰과 국가정보원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제영)는 포스데이타가 개발한 와이브로 관련 핵심기술을 유출한 뒤 미국에 팔아 넘기려 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이 회사 전직 연구원 정모(40) 씨 등 3명과 현직 연구원 황모(46)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이 회사 미국 연구소 전 연구실장 김모 씨 3명이 기술 유출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하고, 미국 측과 사법공조 등을 통한 국내 소환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핵심기술 유출 직전 적발=김 씨는 지난해 12월 미국에 인터넷기술 업체인 I사를 설립해 운영하던 중 포스데이타 측과의 불화로 올 3월 해임됐다. 이에 김 씨를 따르던 정 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포스테이타 사무실에서 외장 하드디스크와 e메일 등을 이용해 와이브로 핵심 기술 자료를 빼낸 뒤 I사 한국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이 빼낸 기술은 와이브로 개발 과정의 기술분석 자료인 '테크니컬 메모', 와이브로 기지국 성능을 좌우하는 '기지국 채널카드', 장비 전반에 대한 테스트 결과 등이다.

이 중 일부는 I사 본사로 유출됐지만 핵심기술은 미국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적발돼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이들은 포스데이타 직원 30여 명을 추가로 I사에 합류시켜 빼돌린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뒤 I사를 미국 IT업체에 1800억 원에 매각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은 "기술유출에 따른 불법행위가 문제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법률검토까지 하는가 하면 기술자료를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가 거리낌 없이 유출하는 등 도덕 불감증이 극에 달한 사례"라고 밝혔다.

▽'차세대 성장 동력' 사라질 뻔=2004년 정보통신부와 국내 IT업체들이 개발에 착수한 와이브로 기술은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해 한국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06~2010년 와이브로 산업의 국내 서비스 시장 규모는 8조1000억 원, 장비 시장규모는 5조8000억 원에 이르며 같은 기간 세계 시장의 규모는 총 24조 원에 이른다. 또 이 기술로 앞으로 6년간 국내에서 27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돼 '차세대 성장 동력' 기술로 꼽힌다.

검찰과 포스데이타는 이번에 핵심기술이 유출됐다면 앞으로 관련 장비의 수출이 막히는 등 15조 원의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검찰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기술유출 범죄를 적발해 처리한 건수는 1999년 39건에 불과했지만 2002년 151건, 2004년 165건, 2005년 207건, 지난해 237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에는 3월 말 현재 38건이 적발됐다.

기술유출을 막지 못했다면 2003~2006년 총 96조여 원, 올해 1·4분기 37조여 원의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검찰은 추산했다.

검찰은 "현행법상 기술유출 범죄는 합법적인 감청 대상에서 빠져 있어 예방이나 적발이 쉽지 않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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